뜻이 있는 곳에 길이

2018. 11. 25. 03:07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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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이 있는 곳에 길이인내를 온전히 이루라
김홍섭  |  ihom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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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년 11월 24일 (토) 11:49:09
최종편집 : 2018년 11월 24일 (토) 12:01:55 [조회수 : 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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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청소년 학창시절에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Where there is a will, there is a Way)"란 격언을 책상 앞에 붙여 놓고 향학열에 불타던 기억이 있다. 한 사람에게 뜻과 의지가 견고하고 옹골찰 때 역경가운에서도 반드시 그것을 헤쳐 나가며, 뜻을 이룰 수 있는 길을 찾아 나아간다는 의미이다. 

인생의 좌표로 삼고 역경에 힘을 주던 말씀과 글을 우리는 좌우명(座右銘)이라 하며 집의 가훈(家訓) 학교의 교훈(校訓) 그리고 한 학급의 급훈(級訓) 등의 명목으로 사용해 왔다. 오늘날에는 이런 좌우명을 토대로 자신과 조직의 미래상을 체계화, 형상화 하여 영어식으로 비전(vision), 미션(mission) 등으로 이를 구체화한 사명선언문(mission statement) 등으로 활용해 오고 있다.

이런 좌우명은 사람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때로 절망과 좌절에서도 지탱해 주는 힘을 갖게 해 주는 경우가 많다. 동양 한자권에는 뜻을 품고 학문의 길을 떠나는 사람에게 전해져오는 유명한 글귀가 있다.

男兒立志出鄕關 남아로 태어나 뜻을 세우고 고향을 떠났으니
學若不成死不還 만약 배움에 성공하지 못하면 죽어도 돌아오지 않으리라
埋骨豈期先墓地 어찌 나의 뼈를 선영에 묻을 것을 기약하리오
人間到處有靑山 인간이란 가는 곳마다에 청산이 있는데

 

 이 시의 작자는 "釋 月性"이라는 사람으로 일본 막부시대 말에 살았던, 야마구치(山口)현에서 태어난 진종(眞宗, 1817~1856) 스님이다. 이 시는 월성이 젊었을 때(1843년, 27세) 동유(東遊)해서 오오사카(大版)에 가서 학문을 배우려 고향을 나설 때 벽에 쓴 글로 알려졌고, 학문을 배우려 출발하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회자되어 왔다. 

또한 뜻을 세워 일을 계획하고 성취하는 사람을 위한 격언으로 우리는 유지자사경성(有志者事竟成)을 자주 쓴다. 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미 텍사스대 MD앤더슨 암센터의 제임스 앨리슨 교수와 일본 교토대 특별교수인 혼조 다스쿠(本庶佑·76)는 암(癌)을 극복하는 면역 메커니즘을 규명한 공로가 인정되어 함께 상을 받았다. 그는 1일 기자회견에서 "네이처나 사이언스에 수록되는 연구의 90%는 거짓말로, 10년 후에는 10%만 남는다"며 "(다른 사람이) 쓴 것을 믿지 않고 내 머리로 생각해서 납득될 때까지 (연구)하는 것이 내 방식"이라고 했다. 그는 어려운 연구여건에서도 자신을 지켜주던 좌우명인 '유지경성(有志竟成)‘을 신문인터뷰에서 써보였다.

본래 이 말은 유지자사경성(有志者事竟成)의 준말로 후한을 세운 광무제가 공을 세운 일화의 주인공 경엄(耿弇) 장군에게 한 말이었다. 후한서에는 ‘며칠 뒤 거가(車駕)가 임치현(臨淄縣)에 이르러 광무제가 몸소 군대를 위로하자, 뭇 신하들이 크게 모였다. 황제가 경엄에게 말했다. “옛날 한신(韓信)이 역하(歷下)에서 (제나라 군대를) 무찔러 (한나라의) 기틀을 열었는데, 이제 장군이 축아현(祝阿縣)을 공격해 왕적(王跡)을 없애 버렸다. 이 모두가 제나라의 서쪽 경계이니 공은 서로를 빗대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한신은 (제나라를) 공격했을 때에는 이미 항복을 받은 후였지만, 장군은 홀로 강한 적을 쳐서 무찔렀으니 공을 세우기가 한신보다 어려웠다. 또 제왕 전광(田廣)과 상국 전횡(田橫)이 역생(酈生, 역이기)을 삶아 죽였다. 나중에 전횡이 항복했을 때, 고제(高帝, 한 고조 유방)께서는 위위(衛尉)에게 조서를 내려 복수하지 못하도록 했다. 장보(張步) 역시 전에 복륭(伏隆)을 살해한 바 있다. 만약 장보가 돌아와서 명령에 따른다면, 나 역시 마땅히 대사도(大司徒)에게 조서를 내려 그 원한을 풀어 버리도록 할 것이니 또 일이 매우 비슷하다. 장군은 전에 남양군(南陽郡)에 있었을 때 이와 같은 큰 계책을 세웠다. (나는) 항상 (그 뜻이) 너무 광활하여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여겼는데, 뜻이 있는 자는 일을 끝내 이루는구나(有志者事竟成)!”라 쓰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 혼조 교수는 "실험은 실패가 당연한 것이다. (그 실패 때문에) 주눅 들면 안 된다. 연구에 불가능은 없다. 반드시 길이 있다고 믿고 연구해왔다"고 했다. 또한 그는 평소 시대를 바꾸는 연구에는 '6C'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연구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Curiosity(호기심), Courage(용기), Challenge(도전), Confidence(확신), Concentration(집중), Continuation(지속)의 6개 덕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연구만큼 즐거운 인생은 없다. 젊은 사람들이 이 분야에 참여하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려운 여건에도 자신의 좌우명을 붙들고 끝까지 목표를 성취한 혼조 교수의 삶은 노벨상에 목말라하는 우리에게 학문과 세상에 대한 근원적인 자세와 철학의 변화가 필요함을 느끼게 한다.

'뜻이 있는 사람은 마침내 그 뜻을 이루고 만다'는 의미를 갖는 '유지경성(有志竟成)'이 우리 시대에 필요하다. 쉽게 포기하고 빠른 결과만을 구하는 우리세대에 호흡이 길고 오래 견디고 기다리는 뒷심이 필요하다. 

성경은 말씀하신다 "이는 너희 믿음의 시련이 인내를 만들어 내는 줄 너희가 앎이라 인내를 온전히 이루라 이는 너희로 온전하고 구비하여 조금도 부족함이 없게 하려 함이라"(약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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