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과 기생

2019. 7. 6. 14:10칼럼

상생과 기생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 하신 것이라 이보다 더 큰 계명이 없느니라

김홍섭  |  ihom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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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년 06월 25일 (화) 18:27:16
최종편집 : 2019년 06월 26일 (수) 00:32:12 [조회수 : 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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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인류는 서로 도와 가며 산다.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인간관계의 연장으로 개인에서 가정과 사회, 조직과 국가로, 세계로 이어져 있다. 이런 관계에서 서로의 이해와 조건들이 직,간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생물학적으로 두 존재들의 상호의존의 정도가 큰 것을 공생(共生, symbiosis)이라 한다. 각기 다른 두 개나 그 이상 수의 종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관계에 따라 구분된다. 즉 공생 현상 중 이해 관계가 어떤 형태인가에 따라 쌍방의 생물종이 이 관계에서 이익을 얻는 상리공생 (相利共生, Mutualism), 한쪽만이 이익을 얻는 편리공생 (片利共生, Commensalism), 한쪽만이 피해를 입고, 다른 한쪽은 아무 영향 없는 편해공생 (片害共生, Amensalism) 그리고 한쪽에만 이익이 되고, 상대방이 피해를 입는 경우인 기생 (寄生, Parasitism)이 있다.

소라게와 바다 말미잘의 관계는 상리공생의 관계로 각기 다른 두개나 그 이상 수의 종이 상호작용을 통해 모두 이익을 얻는 공생관계를 일컫는다. 공생의 종류로는 크게 상리공생, 편리공생, 기생이 있고 세부적으로 나누면 편해공생, 더부살이공생, 운반공생 등이 있다. 이러한 상호 관계 사이에는 명확한 경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같은 생물의 조합으로 시간적으로 이해 관계가 변화하고, 환경 요인적 영향 관계가 변화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동일한 현상에도 주목하는 시간과 공간의 가늠자에 의해 피해도, 유익도 보여지는 경우가 있다. 공생은 이해 관계에 따라 다양하게 구분된다. 기생과 구분되는 개념으로 포식이 있다. 일반적으로 포식하는 동물(포식자)이 포식당하는 동물(피식자)보다 대형이거나 적어도 같은 정도의 크기이다. 일반적으로 포식의 경우는 포식자가 먹이인 피식자를 죽여버리는데 반해, 기생의 경우는 기생충의 작용에 의하여 숙주가 병에 걸려 죽는 일도 많으나, 기생 그 자체가 직접적으로 숙주의 죽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즉 포식은 자본(資本)을 먹고, 기생은 이자(利子)를 먹는 셈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근래 우리 영화 ‘기생충’이 칸국제영화제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하였다. 칸 영화제에서 경쟁 부문 초청작 가운데 최고 작품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우리 영화 100년사에 최고의 쾌거라 한다. 이 영화는 한국사회의 한 부자집의 경우를 대상으로 자본주의 사회의 계급 문제를 제기하였다. 보통의 이야기에선 하류 기층 민중이 선한 쪽으로, 상류 기득권 집단이나 사회구조가 악한 쪽으로 등장한다. 영화 ‘기생충’에서는 하층이 악하고 부유층이 선한 역으로 나온다. 영화에서 하층민은 어둡고, 습하고, 냄새나는 반지하 또는 지하 공간에서 부유층이 내려주는 것들을 받아먹으며 산다. 부자의 평화로운 집 지하에선 기생충들이 서로 부자의 집사가 되겠다며 갈등한다.

자본주의가 고도화되면서 우리 사회도 부자들은 그 사는 지역, 그 다니는 학교를 통해 그들끼리 인맥을 형성하고 결혼해 아이를 낳는다. 그 아이들이 자라나 다시 비슷한 경로로 아이들을 낳아 기르고, 다시 그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을 낳을 때쯤 되면 지하에서 허덕이는 인생들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된다. 하층의 세계와 상층의 세계를 가르는 선이 존재하며 이는 지켜져야 하는 금기 같은 것이다. 상층의 사람들은 그 선 너머에서 풍기는 지하의 냄새를 본능적으로 구분하며 싫어한다. 하층과 상층의 선에는 오래 구조화된 갈등이 숨어 있다. 하층의 터전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폭우가 그들에겐 그저 미세먼지를 쓸어간 즐거운 좋은 비이다.

기생충들이 육탄전을 펼치는 극한 상황에서조차 상층은 지하 냄새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낸다. 이런 혐오감과 그것에 대한 인지가 하층 가장의 마지막 자존감을 허물게 되고 분노를 표출하게 된다.

 

그리고 상하의 갈등의 핵심은 돈이다. "부잣집 애들은 구김살이 없어. 돈이 다리미야. 돈이 구김살을 쫙 펴준다니까." 란 영화대사는 상하층 갈등과 구조화된 모순의 원인이 돈에 있음을 말해준다. 그리고 소위 그 선이라고 하는 단절과 소통의 난맥상이 문제의 근원임을 보여 준다.

생물학적 공생의 관계는 쌍방이 어느 정도의 상호이익을 교환한다. 오늘날 경영전략으로 전략적 제휴(strategic alliance)나 경쟁적 협력(copetition) 등이 제시된다. 공생보다 다소 낮은 단계일지 모르는 상생(相生)이 강조되고 있다. 상대방이 없는 개별 조직, 선의의 경쟁자가 없는 기업은 오래 성장발전하기 어렵다. 이웃이 없는 가계, 고객이 무시된 기업 , 주민의 이익과 관심이 무시된 행정은 성장하기 어렵다. 그리고 그 경쟁은 공정하되 함께 가치를 나누고 더불어 사는 구조가 되어야 건강해질 것이다. 공유가치의 실현(CSV, Creating Shared Value)이 오늘날 경영의 새 패러다임이 된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성경은 말씀하신다. “둘째는 이것이니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 하신 것이라 이보다 더 큰 계명이 없느니라”(막12:31) 이는 신앙적 관점은 물론 사회전체의 행복과 후생은 물론 실용적 관점에서도 가장 값있는 명제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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