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조선·동아 잔혹사’ 준비 중?

2006. 8. 23. 15:45정치와 사회

 
청와대 ‘조선·동아 잔혹사’ 준비 중?
<시사저널> 보도, ‘대통령 흔들기’에 맞서 ‘선전·선동 허구’ 고발
입력 :2006-08-22 20:18:00   민일성 (mini99999@dailyseop.com)기자
▲ 시사저널 제879호(8월 29일자)는 커버스토리 <‘종이 위의 전쟁’ 끝이 없네>에서 청와대가 이른바 ‘조선·동아 잔혹사’를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청와대의 조선·동아에 대한 총력전이 더욱 강화되는 모양새다. 공개 반박, 언론 중재 청구, 취재거부, 언론사와의 공동행사 철회에 이어 최근에는 ‘조선·동아 잔혹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저널 제879호(8월 29일자)는 커버스토리 <‘종이 위의 전쟁’ 끝이 없네>를 통해 보수 언론의 ‘대통령 흔들기’에 맞서 청와대가 이른바 ‘조선·동아 잔혹사’를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 들어 보수 언론이 마치 ‘나라가 망할 듯’ 문제 제기를 했지만, 그 이후에 아무 문제도 없는 것으로 드러난 사안들을 조목조목 정리해 국민에게 고발하겠다”고 말했다고 시사저널은 전했다.

또한 그는 “대중을 잠깐 속일 수는 있지만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는 말이 있다. 일부 언론의 치고 빠지기식 선전 선동이 얼마나 허구였는지 알려지면,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시사저널은 박스기사 ‘조·중·동은 옛말 떴다! 조·동·문’에서 참여정부의 언론중재 청구 수치를 소개했다.

2003년 2월 25일부터 2006년 8월 15일까지 청와대를 포함한 정부 기관은 언론중재위원회에 총 589건을 청구했다. 이는 김대중 정부 때의 73건과 비교해 8배가 넘는 수치다.

특히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나란히 59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문화일보가 39건으로 많아,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서는 ‘조중동’ 대신 ‘조동문’이라는 신조어를 쓴다고 시사저널은 전했다.

언론정책 둘러싼 힘겨루기냐, 권력 싸움이냐

▲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 ⓒ 뉴시스 
노무현 대통령과 보수 언론과의 날선 관계는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시작됐다. 당시 노무현 후보는 2002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 “동아·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고 공개 지목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2002년 12월 19일 대통령 선거 당일 아침 조선일보는 ‘정몽준, 노무현을 버렸다’는 악명 높은 사설을 내보냈다. 최민희 당시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총장은 “언론사가 내보낸 사설이라기보다는 특정 정당의 기관지가 할 수 있는 선동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같이 초기부터 정파적 색채를 뚜렷이 한 조선일보는 소위 ‘언론과의 허니문의 시기’도 없이 대통령 비난의 사설을 쏟아냈으며 탄핵 정국을 만들어내는 데도 일조했다. 당시 조갑제 월간조선 편집장은 야3당이 손만 잡으면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 가능하다며 망설이지 말라고 구체적인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이같은 보수언론의 ‘악의적 보도’에 대해 청와대는 공개 반박, 언론중재위 회부, 소송, 취재 거부, 편의 제공 중단 같은 ‘원칙론’으로 대응해왔다.

청와대와 정부는 <청와대브리핑>과 <국정브리핑>을 각각 만들어 직접 뉴스 생산자와 전달자 역할에 나서기도 했다.

또한 이와는 별도로 신문시장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바로 잡기 위해 신문법과 신문유통원 운영 등의 방안을 모색해왔다.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신문법은 ‘한개 신문이 전체 신문 시장의 30%, 세 개 신문이 60%를 차지하면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한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되면 신문발전기금을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조중동 독과점 체제를 언론 왜곡의 주범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조선, 동아 등은 신문법 위헌 소송을 냈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또한 오는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한나라당은 현행 신문법 폐지에 당력을 모으고 있다.

불법 경품·무가지 근절 캠페인을 두고도 공방이 오갔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권오승.이하 공정위)는 지난 10일 정부·시민단체 등과 함께 9월부터 ‘과도한 신문 경품 및 공짜 신문 안주고 안받기’ 캠페인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선과 동아는 ‘신문 골탕 먹이기가 공정위 본업인가’ ‘세금 써서 친여신문 돈 대주고, 비판신문 애 먹이기’ 등의 사설을 내보내며 ‘비판 신문들에 대한 부당한 압박’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민언련 8월 조사에 따르면 동아일보 지국의 90%, 조선일보 지국의 80%가 불법경품, 무가지 제공 등 신문고시를 위반하고 있었다. 민언련은 “신고포상금제가 도입된 후에도 이들 신문의 지국들은 신문시장 정상화조치를 비웃는 듯 끊임없는 불법 경품과 무가지를 뿌렸다”고 비판했다.

참여정부-조선·동아, ‘끝장 전쟁’으로 달려가나?

▲ 조선일보 8월2일자 5면 PDF 
이러한 참여정부와 언론과의 날선 관계가 집권 후반기를 넘어서면서 유진룡 전 차관 경질 파문으로 대격돌한 것이다.

노 대통령의 ‘일꾼’이라고 할 수 있는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가 ‘논문 파동’으로 취임 18일만에 물러나는 과정에서 참여정부와 언론과의 관계는 심상치 않았다.

결국 청와대는 지난달 28일 ‘계륵 대통령’ ‘약탈 정부’라는 표현을 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 대해 취재 거부 입장을 밝혔다.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은 “우선 1단계로 이 같은 조치를 한 것”이라며 향후 총력전을 예고했다.

이어 청와대는 지난 1~2일 사이 교육부와 환경부, 경찰청이 조선일보와 공동으로 주최해온 ‘올해의 스승상’, ‘조선일보 환경대상’, ‘청룡봉사상’에 대한 ‘공동주최’ 철회 방침을 연이어 통보했다.

청와대의 이같은 강경 대응에 대해 언론 관계자들은 ‘과도하다’ ‘옹졸하다’고 비판했다. 조선․동아가 ‘노무현’이라는 사람에 대해 감정적으로 비판하는데 집중해왔다는 것을 알지만 청와대 역시 유치하게 대응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진룡 전 문화부 차관 경질 파문이 터지자 보수언론은 ‘딱 걸렸다’는 듯 총공세를 쏟아냈다.

특히 유 전 차관의 인사 개입 당사자로 지목된 이백만 홍보수석과 양정철 비서관은 참여정부의 언론 정책을 대변해온 인물로 그간 조선·동아와 날선 공방을 주고받기도 했다.

시사저널은 “‘옷 벗은 공직자의 넋두리’ 정도로 끝날 수 있었던 ‘유진룡 파문’이 이처럼 청와대 대 언론 간의 총력전으로 비화한 것은 이번 사건이 참여정부의 ‘언론 정책’과 여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언론의 이해 관계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며 참여정부와 보수언론간의 대립 관계를 지적했다.

양 비서관은 신문법 제정에 반대했고 신문유통원 운영에 비협조적이었던 유 전 차관을 이용,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다루어질 신문법 개정 논의에서 유리한 국면을 차지하기 위한 보수언론의 의도라고 비판했다.

▲ 조선일보 8월18일자 2면 PDF  
실제 유 전 차관 경질 사태가 신문유통원 논란으로 확대되자 조중동은 ‘유통원 때리기’ 사설과 기사를 내보냈다.

청와대와 보수언론과의 날선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청와대 관계자는 “조·동은 이미 거대한 정치 세력이 되었다. 이들과 좋아지려면 특종을 주거나 편의를 제공하는 과거의 방식으로 돌아가면 된다. 하지만 그 경우 피해자는 결국 국민이 된다”며 ‘끝장 전쟁’을 내비췄다.

시사저널도 “노무현 정부 초기에 벌어진 참여정부 대 보수 언론 간의 대규모 ‘소송전’이 임기 초반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를 놓고 전개된 ‘기 싸움’ 성격이었다면, 노 대통령의 임기를 1년 6개월 정도 남겨두고 진행 중인 이번 전쟁은 대통령의 레임덕을 가속화하느냐 마느냐를 가를 막판 힘겨루기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조선·동아 잔혹사’를 준비 중인 청와대의 움직임에서 감지되듯 보수언론과의 전면전은 쉽게 브레이크를 찾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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