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에 수놓은 ‘그리운 노무현’

2009. 10. 4. 20:27정치와 사회

논에 수놓은 ‘그리운 노무현’

전남 50대 농부 ‘글씨 모내기’20일 정성… 황금들판에 확연

경향신문 | 장성 | 배명재기자 | 입력 2009.10.04 18:18 | 누가 봤을까? 40대 남성, 울산

 




장성닷컴 제공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이색 문구'가 들판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남 장성군 남면 분향리 구재상씨(53) 논 4440㎡에는 '사랑합니다 ♡ 바보대통령 그립습니다 바보농민'이라는 '벼 글씨'(사진)가 뚜렷이 새겨져 있다. 이 글씨는 구씨가 5월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듣고 애도의 뜻을 표시하기 위해 20일 동안 매달려 썼다.

구씨는 논 가운데 가로 100m, 세로 43m 글씨판에 황금누리벼로 바탕을 만들고, 녹원찰벼(녹색쌀)로 글씨를 아로새겼다. 이만한 넓이라면 구씨 가족 4명이 1시간30분이면 끝낼 수 있는 모내기 일감이다.

그러나 여럿이 '글씨 모내기'를 할 경우 모가 섞이는 등 혼선이 있어 이를 피하기 위해 혼자서 수놓듯 작업을 했다. 처음에는 색깔이 같아 구별되지 않았지만, 벼가 익으면서 문구가 확연히 드러났다.

수확은 보름 후쯤 할 예정이다. 군악대 출신인 구씨는 서울에서 드러머로 활동하다 1985년 초 귀향, 13만여㎡의 논에 우렁이 농법으로 쌀농사를 짓고 있다.

구씨는 '노사모냐'는 물음에 손사래를 쳤다. 그는 노 전 대통령과 만난 적도 없고, 서거 때 추모 행사나 분향소에도 가지 않은 평범한 농민이라고 소개했다. 구씨는 "없이 사는 사람들을 따뜻이 감싸줄 줄 알았던 노 전 대통령을 기억하며 살고 싶다"면서 "고인의 뜻을 받들어 올부터 수확한 쌀로 어려운 이웃 돕기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 장성 | 배명재기자 ninaplus@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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