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STX그룹 회장 `아프리카 드림`
2009. 12. 13. 04:18ㆍ경영과 경제
[Leaders] 강덕수 STX그룹 회장 `아프리카 드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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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말 추석 연휴를 며칠 앞두고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국립의료원을 찾았다. 신규 사업기회를 발굴하기 위한 아프리카 장기 출장 일정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당시 의료진은 "고령일수록 오한과 발열 증세가 나타날 수 있으니 필수적으로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고 권했다. 처음 맞는 황열병 예방주사가 묘한 기분을 일으켰다.
아직도 `오지`로 여겨지는 검은 대륙 아프리카. 전 세계 많은 기업이 아프리카를 주목하고 있지만 실제로 국가 원수나 대기업 총수가 직접 방문을 결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날 강 회장은 예방접종을 한 후 마음을 다잡았다. 쉽지 않은 길을 가는데 빈손으로 돌아올 수는 없다고. 아프리카는 생각보다 먼 곳이었다. 방문을 계획한 곳은 가나를 비롯해 앙골라 콩고 나이지리아 등 4개국. 그러나 아프리카 국가 간에는 항공편을 통해 이동하는 게 거의 불가능했다. 다른 나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다시 파리나 두바이로 들어갔다가 나와야 했다. 시간 손실이 너무 많았다. 강 회장은 "돌아볼 곳도 많고 가서 할 일도 많다"며 두바이에서 경비행기를 빌리라고 지시했다. 그렇게 아프리카 곳곳을 돌아보며 강도 높은 일정을 소화했다. ◆ 초대형 수주…이제 시작일 뿐 = 강 회장은 존 아타밀스 가나 대통령을 비롯해 아돌프 무지토 콩고 총리 앞에서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강 회장 전략은 상대 국가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었다. 유럽 앞마당인 동시에 중국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고 있는 이곳 정부 인사들에게 강 회장은 "자원을 낭비하지 말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자"고 제안했다. 당시 가나 측은 "사업 하는 사람이 이렇게 말하는 것은 처음 봤다"고 할 정도였다. 성과는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났다. 당시 아프리카에서 만났던 인사들은 지난주 서울을 찾았다. 아프리카에서 총 사업 규모 100억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건설사업을 STX와 합작법인을 세워 수행한다는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였다. 기회를 포착해 속전속결로 마무리하는 강 회장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가장 영향을 덜 받은 곳이 어디일까를 생각해봤지. 바로 아프리카야. 6개 대륙을 다 둘러보고 있는데 생각보다 기회가 많이 보였지." STX가 맺은 이번 계약은 국내 기업이 외국에서 수주한 것 중 가장 초대형이다. STX는 가나 수도 아크라를 포함한 주요 10개 도시에 공동주택 20만가구와 도시 기반 시설 등을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총 사업 규모는 미화 100억달러에 이른다. 건설되는 주택 수만 분당(주택 9만7500가구) 2배 수준에 달한다. 조건도 파격적이다. 가나 수자원주택부가 토지를 무상 공급하고 총 분양물량 중 45%인 9만가구 상당을 선매입하기로 했다. 나머지 55% 일반분양 물량에 대해서는 가나 주택은행인 HFC Bank에서 분양 희망자들에게 분양대금 100%를 지원한다. 당장 내년 상반기 착공하여 2015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나 정부는 이번 사업에 대해 현지 지도를 바꿀 정도로 역사적인 프로젝트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 에너지 자원 확보 `큰 걸음` = 이 사업으로 서아프리카 중부 기니만 연안에 위치한 낯선 땅 가나는 국내 기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강 회장은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하기 위해 전 세계를 상대로 도전해 자원 개발로 국력을 키워가고 있는 아프리카에서 중요한 성과를 이뤘다"며 "앞으로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가나와 지속적으로 협력하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STX는 2007년 태스크포스를 만들면서 아프리카 진출을 준비해왔다. 이인성 부회장을 축으로 각 계열사 임원단으로 구성됐다. 사업 기회를 파악하는 임무를 맡은 한 임원은 무려 14번이나 아프리카를 방문했다. 나이지리아 앙골라 등 이미 석유부국인 곳보다 가나와 콩고처럼 개발이 시작되는 곳들에 더 신경을 쏟았다. 강 회장이 궁극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은 가나 에너지 자원. 특히 가나는 2007년 남서부 해안에서 석유매장량 약 20억배럴로 추정되는 유전 개발을 시작해 내년부터 석유수출국으로 부상하게 된다. 강 회장은 "우리가 하려는 것은 오일과 가스, 석탄, 철광석 등"이라며 "이번 건설사업을 시작으로 오일과 가스 사업 등 다양한 자원 개발 사업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접한 다른 국가들에서도 기회를 엿보고 있다. 기니만 연안에 심해 유전들이 차례로 개발될 예정이어서 참여할 몫은 많다. 그는 "이번 가나를 계기로 그동안 쌓은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른 시장을 추가적으로 개척할 계획"이라며 "이미 몇 군데 보고 있는 곳들이 있다"고 말했다. ◆ 10년차 STX…내년은 기회의 해 = 평소 친근하기로 유명한 강 회장은 사업 이야기를 할 때면 호랑이 눈으로 변한다. 먹잇감을 발견하면 절대 놓칠 수 없다는 기업인 눈빛이다. 1950년 경북 선산에서 태어난 `호랑이띠` 강덕수 회장은 내년에 회갑을 맞는다. 또 2001년 쉰 살에 개인 돈 20억원을 쏟아 부어 쌍용중공업 최대주주로 STX를 설립한 지도 10년차가 된다. 요즘 재계에서 찾기 힘든 창업 1세대가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을 맞이하는 것이다. 성공과 위기의 갈림길에서 강 회장은 직접 발로 뛰면서 또 다른 성공 신화를 꿈꾸고 있다. 강 회장 또한 이러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가나 주택 건설 공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그는 "대규모 주택 사업을 통해 STX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고 현지 관계자와 신뢰 관계를 구축하면 현지 자원 개발 사업에서도 자연스럽게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자신했다. 강 회장은 이곳에서 복합적인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계획이다. 가나는 강 회장이 생각하는 `에너지ㆍ자원을 중심으로 한 개발형 사업(Biz Developing)`을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최적 입지 조건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이번 아프리카 가나에서 수주한 대규모 주택 건설 프로젝트가 건설 사업 범주를 넘어서 STX그룹이 새롭게 도약하는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크루즈 사업에 대해서도 낙관적으로 바라봤다. 강 회장은 "세계 최대 크루즈인 오아시스 오브 더 시즈를 인도한 후 새로운 선형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며 "크루즈 시장은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하지 않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 사르코지ㆍ룰라에게 강회장은 `귀한 손님` 세계 곳곳에 STX 생산 기지 "5대양 6대주 모두 기회의 땅" = 미국 영국 프랑스 핀란드 그리스 중국 인도네시아 UAE 호주 브라질…. 강덕수 회장이 올해 방문한 국가들이다. 아프리카를 포함하면 5대양 6대주를 모두 돌아본 셈이다. 강 회장 눈에는 바다 건너 모두가 `기회의 땅`이다. 1년 중 반 이상은 외국에서 보내고 있다. STX다롄 생산기지 건설과 STX유럽 인수를 통해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사업장을 둘러보는 것만도 벅찬 일정이다. 강 회장은 지난 1월에는 중국 다롄에서 `STX 다롄엔진 제1호기 공식 시운전`에 참석해 처음 생산된 선박용 엔진에 시동을 걸며 공식적 글로벌 경영 첫발을 내디뎠다. 4월에는 다롄 생산기지에서 처음 건조된 선박인 `STX BEGONIA호, STX CROCUS호 명명행사`에 참석했다. 지난 6월에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격년으로 개최되는 세계 최대 규모 조선 전시회 `노르시핑 2009`에 참석해 유럽 현지 조선산업 현황을 둘러봤다. 10월에는 핀란드에 위치해 있는 STX유럽 투르크 조선소에서 열린 세계 최대 크루즈선 `오아시스호(Oasis of the Seas)` 인도식에 참석해 크루즈 산업의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했다. 최근에는 오아시스호 출항식을 겸해 미국을 찾았다. 각국에 STX 주요 생산시설이 자리 잡다 보니 각국 정상과도 자주 만났다. 현지에서 산업을 일으켜 일자리를 창출하기 때문에 외국 정상들에게도 강 회장은 귀한 손님일 수밖에 없다. STX유럽의 프랑스 생나자르 조선소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노르웨이 오슬로에서는 카를 에이리크 시예트페데르센 수석부총리와 만났다. 지난해 11월 브라질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수행하며 브라질을 방문했을 때는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을 만나 STX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 각 분야에 대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6월 노르시핑 기간에는 마티 반하넨 핀란드 총리와도 만나 양국 조선사업에 대한 다양한 협력방안을 논의했고, 9월에는 다롄 생산기지를 전격 방문한 원자바오 중국 총리를 영접해 함께 다롄 생산기지 곳곳을 둘러보며 세계 최대 규모인 일관공정 조선소 면모를 소개했다. 당시 원자바오 총리는 550만㎡ 규모인 STX다롄 조선해양종합생산기지를 둘러본 뒤 "STX다롄 생산기지를 성공적으로 완공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앞으로도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세계 각국을 넘나드는 강 회장 활약으로 STX는 수출 실적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뒀다. 지난달 말 개최된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계열사인 STX조선해양, STX중공업, STX엔파코는 각각 30억달러, 5억달러, 2억달러 수출탑을 수상했다. 강 회장은 최고 영예인 금탑산업훈장을 수훈했다. STX다롄 생산기지 건설과 STX유럽 인수를 통해 한국~중국~유럽을 잇는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글로벌 조선소`로 키운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 에너지 사업이 미래 성장엔진…2012년 에너지ㆍ플랜트 매출 7배로
조선 기자재부터 선박 엔진, 조선ㆍ해양플랜트와 해운까지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를 통해 급성장한 STX그룹 미래 성장동력은 오히려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이다. 강 회장은 지난달 개최된 경영전략회의에서도 "현재 STX그룹은 조선ㆍ해운 부문에 비즈니스가 집중돼 있다"며 "이제는 새로운 사업 패러다임이 필요한 만큼 국외 자원 개발, 태양광ㆍ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해양ㆍ산업플랜트 등에 더욱 박차를 가해 사업부문 간 균형 성장을 이루자"고 언급한 바 있다. 이 중 강 회장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역시 자원개발형 에너지 사업이다. 실제로 강 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에너지ㆍ자원 개발형 사업(Biz Developing)`을 주요 경영 방침으로 제시했다. 이 그림은 단순한 국외 자원 개발이나 에너지 유통을 넘어선다. 이에 따르면 STX그룹은 각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핵심역량을 통해 △석유ㆍ석탄ㆍ광물 등 국외 자원을 개발하고 △자원 운송에 필요한 선박을 건조하며 △발전설비와 플랜트를 짓고 △이를 위한 인프라스트럭처까지 구축해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산업자원부 고위 관료 출신 영입에도 신경을 썼다. 에너지 사업을 위해서는 정부와 협조도 필요하고 인적 네트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을 `깜짝` 영입해 에너지 부문을 맡기고 7월에는 이병호 전 한국가스공사 부사장을 무역ㆍ사업 부문 사장에 앉혔다. 모두 이번 아프리카 공략에 첨병 노릇을 했음은 물론이다. 지난해 STX그룹 매출 28조6000억원 가운데 에너지ㆍ플랜트 부문 비중은 1조7000억원 수준. 그러나 2012년에는 총 목표 매출 50조원 중 이 부문에서만 12조원을 올리는 것이 목표다. 이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6%에서 24%로 높아지는 것이다. 아직 진행 중인 그림이지만 자신감은 충만하다. 강 회장은 "에너지 분야를 집중 육성하기 위해 2~3년 전부터 준비해왔다"며 "조선ㆍ해운 경기가 부진하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시기가 빨리 왔지만 미리 대비한 덕분에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He is… △1950년 경북 선산 출생 △동대문상고, 명지대 경영학과 졸업 △1973년 쌍용그룹 입사 △2001년 쌍용중공업 인수해 STX 설립, 대동조선(STX조선해양) 인수 △2002년 산단에너지(STX에너지) 인수 △2003년 STX그룹 회장 취임 △2004년 범양상선 (STX팬오션) 인수 △2007년 아커야즈(STX유럽) 인수 △2009년 전경련ㆍ무역협회 부회장, 금탑산업 훈장 수훈 [박종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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