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쟁이가 본 타이타닉 침몰 원인

2011. 3. 19. 09:20자연과 과학

기타잡다/기타2004/09/13 12:45

타이타닉호가 침몰한 이유

필자는 영화 타이타닉을 보면서 슬프고 감동적인 러브스토리 보다도 영화속에서 타이타닉호의 설계자인 앤드류에게서 눈을 뗄수가 없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90년 전인 1912년 당시에, 비록 증기기관으로 움직이는 배이지만 약 4만 6천톤의 무게와 21~22knots의 순항속도를 내는 명실상부한 최대의 여객선을 설계한 당사자였기 때문입니다.

말까


그당시 타이타닉호는 "An Unsinkable Ship"이란 평판을 들을 정도로 완벽한 설계 개념을 적용한 배였습니다. 그 설계의 개념을 살펴보면 세로판 방수 칸막이를 사용하는 대신 15개의 방수 칸막이벽을 사용하면서 해수면보다 750mm 이상 높게 건조되었으며, 방수 칸막이벽에는 원격 조정 전동식 자동 방수문을 설치하고 방수 주갑판까지 설치한 배였습니다. 타이타닉호는 그 당시 설계기술로 보면 자부심 그 자체였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배는 침몰했습니다. 사고의 원인은 배 앞쪽의 수면 아래 오른쪽 부위가 빙산에 부딪쳐 크게 파손되면서 물이 찼고, 당시의 최신 설계인 방수 칸막이벽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함으로써 선두가 기울어져 무게에 의해 선체의 중간 부위가 두동강이 났기 때문입니다.

영화속에서 앤드류가 타이타닉호가 침몰할때 "배를 튼튼하게 만들지 못해서 미안합니다"라는 말을 남기는 것을 보면서 필자로서는 하나의 의문이 생겼습니다. "배를 튼튼하게 만들지 못해서..???!..."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설계자인 앤드류는 아마 죽는 순간까지도 왜 배가 이렇게 쉽게 침몰하는지 원인을 몰랐을 것으로 생각 됩니다. 왜냐하면 자부심을 가진 설계자로서, 그 당시로서는 완벽에 가깝게 설계한 배가 그렇게 쉽게 두동강이 날 것이라는 것은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할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자 이제 과거의 시대로 거슬러 그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더불어 타이타닉호의 파괴의 원인을 금속학적으로 밝혀봅시다.

타이타닉(Titanic)의 선체(hull)에서 수거한 선체의 일부 강철 조각의 화학적 조성을 분석한 결과 질소의 함유량이 매우 적고(0.0035%) 상대적으로 높은 인(P)의 함유량(0.045%)과 황(S)의 함유량(0.069%)이 나타났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남겨진 많은 정보 중 타이타닉호의 침몰의 원인을 밝혀줄 중요한 단서입니다.

우선 질소의 함유량이 매우 적은 것으로 보아 1856년경에 등장한 대량생산법인 전로법의 베세머법(Bessemer Porcess)에의해 제조된 강이 아니고 그당시 영국의 대부분의 제강공장에서 사용되던 평로(open hearth process) 제강법으로 제조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전로법은 공기를 산화제로 사용하여 그 발생열로 제강하는 방법으로써 연료가 불필요하여 염가로 대량생산할 수 있는 반면 강중에 질소, 산소, 인등의 불순물 등이 다량 함유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타이타닉호의 선체는 많은 강철이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대량생산법인 베세머법 대신 평로법을 택했던 것입니다. 그당시에는 최고의 방법으로 제강한 철강을 사용했던 것입니다.

평로법은 크게 염기성법과 산성법이 있습니다. 염기성법의 경우 돌로마이트나 마그네시아등의 염기성 내화재를 사용함으로써 제강시 인과 황을 제거할 수 있지만, 타이타닉호의 선체는 인과 황이 제거되지 않은 강을 사용한 것으로 보아 규사를 주성분으로 하는 산성 내화재를 라이닝재료로 선택한 "산성법"을 채택한 평로법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당시 염기성 평로법은 일반적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영국의 제강회사의 약 2/3가 산성 평로법을 사용했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타이타닉의 선체를 이루는 강철은 질소의 함유량은 적은 대신 인과 황의 함유량은 상대적으로 높았던 것입니다.

다음은 밝혀진 사실로 상대적으로 다소 높은 산소의 함유량(0.013%)을 들수 있습니다. 산소의 함유량과 실리콘의 함유량은 다음과 같은 정보를 보여줍니다.

보통 선철중에는 탄소(C), 규소(Si), 망간(Mn), 인(P), 황(S)등의 불순물등이 함유되어 융점이 낮고 유동성이 좋아 주조성은 우수하지만 가단성이 없어 사용범위가 제한됩니다. 따라서 이러한 불순물을 산화제거 시켜서 가단성을 부여하는 공정이 제강 공정입니다. 제선 과정은 산화철을 "환원"시켜 선철로 환원제련하는 공정인 반면 제강공정은 선철중의 불순물을 "산화"제거시키는 산화정련공정입니다. 이 공정중에 산소가 포함되어 FeO의 형태로 존재하게 되는데 용강중에 존재하는 산소의 양은 Al이나 페로실리콘등의 탈산제를 첨가하여 제거하게 됩니다.

이러한 탈산의 정도에 따라 림드강, 세미킬드강, 킬드강으로 분류합니다. 이중 림드강은 페로망간으로 가볍게 탈산시킨 기포나 편석이 많은 강이며 , 킬드강은 노내에서 강탈산제인 페로실리콘이나 알루미늄을 사용하여 충분히 탈산시키므로 강괴의 기포나 편석은 없는 대신 표면에 헤어크랙이 발생할수 있습니다. 세미킬드강은 중간정도로 탈산시킨 강입니다.

타이타닉의 선체에 남겨진 산소의 양과 실리콘의 양은 어느정도 탈산공정을 거친 강인지를 판단 할 수 있습니다. 분석결과 상대적으로 높은 산소함유량과 적은 실리콘의 함유량으로 세미킬드강임을 알수 있습니다. 또한 탄소의 함유량이 0.21%정도이므로 대체적으로 세미킬드 강괴로부터 제조된 선체임을 알수 있습니다.

자, 이제 정리해 봅시다. 타이타닉의 선체는 산성 평로법으로 제조되고 탈산정도는 중간정도인 세미킬드강입니다. 탈산제로는 페로실리콘을 사용했고 탄소의 햠유량은 0.21%입니다. 산성법으로 제조되었으므로 상대적으로 많은 황과 인을 함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소 많은 인(P)과 황(S)이 타이타닉호의 침몰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 까요? 이제 파괴의 원인의 핵심이되는 망간(Mn), 인(P), 황(S)에 대하여 고찰해 봅시다.

망간(Mn)의 경우 상대적으로 적게(0.47%)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는 탈산제로 망간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보통 강중에는 망간(Mn)이 보통 0.2~0.8%정도 함유되어 있습니다. 망간(Mn)은 연신율을 감소시키지 않고 인장강도를 증가시키는 역할을 하며 황(S)과 결합하여 MnS가 되어 슬래그속에 들어가 제거되므로 황(S)의 해를 방지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제거되지 않은 잔류 MnS의 경우 선체제조를 위한 소성가공시 가공방향으로 길게 연신되는 성질이 있습니다. 연신된 MnS가 기계적 성질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인(P)의 경우 대략 0.045%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인(P)은 Fe의 일부와 결합하여 Fe(3)P<![endif]>를 형성하고 입자의 조대화를 촉진하고 경도, 인장강도를 증가시키는 반면 연신율을 감소시키는 특성이 있습니다. 상온에 있어서 충격치를 저하시키는 상온취성(cold shortness)의 원인이 됩니다. 왜냐하면 인(P)은 편석되기 쉬운 원소로서 Fe(3)P<![endif]>로 응고하여 결정입계에 편석합니다. Fe(3)P<![endif]><![endif]>는 확산속도가 늦어서 고온에서 가열해도 확산하기 곤란하여 대상조직(band structure)로 남기때문입니다.
Fe(3)P<![endif]><![endif]>도 소성가공에 의해 길이방향으로 늘어나서 충격치를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며 파열의 중심이 됩니다. 보통 인(P)은 주강에서는 0.03%이하로 억제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지금까지 고찰한 Fe(3)P<![endif]><![endif]>와 MnS는 같이 집합하여 강의 파괴의 원인이 되는데 이를 "ghost line"이라 합니다. 타이타닉의 파괴의 원인으로 위의 다량으로 함유된 두원소는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입니다.
이제 가장 중요한 황(S)을 검토해 봅시다. 황(S)의 경우 약 0.069%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황(S)은 우선 Mn과 결합하여 MnS를 이루어 슬래그로 제거되나 남는 황의 경우 강중에서 FeS를 만들고 입계에서 망상으로 분포하여 인장강도, 연신율, 충격치를 크게 감소시킵니다.

FeS는 융점이 낮으므로 고온에서 약하고 가공시 파괴의 원인이 되며 고온취성(Hot shortness)의 원인이 되는 원소입니다. 특히 연성피괴에서 취성파괴로 전이되는 천이온도를 인(P)과 함께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천이온도를 높이는 것은 어떤 문제를 가져왔을까요? 이는 냉장고에서 딱딱하게 얼은 "엿"과 상온의 물렁물렁한 "엿"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딱딱하게 얼은 "엿"의 경우 조그마한 충격에도 쉽게 깨지지만 물렁한 "엿"은 늘어나면서 충격에너지를 흡수합니다. 이때 딱딱하게 얼은 "엿"을 취성이 크다고 하고 물렁한 "엿"을 연성이 크다고 합니다. 엿의 어는 점이 연성에서 취성으로 전이되는 "천이온도"가 됩니다.

타이타닉호의 선체의 일부조각을 떼어 온도에따라 샤르피 충격실험을 한 결과 연성에서 취성으로의 천이온도(ductile-brittle transition temperature)가 32℃~56℃로 비슷한 화학적 성분을 지닌 ASTM A36시편의 천이온인 -27℃와 비교하여 크게 높았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므로 파괴되기까지 흡수한 에너지를 비교하면 -2℃에서 ASTM A36의 약 1/10수준이었습니다.

빙하와 충돌시 해수의 수온이 -2℃였으므로 타이타닉호의 선체는 충돌시 에너지를 흡수하기에는 이미 너무 딱딱하게 얼은 "엿"처럼 취성이 너무 컷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조그마한 충격에도 쉽게 쪼개지는 현상이 발생한 것입니다.

또한 타이타닉호의 선체의 일부에 MnS성분이 제거되지 않고 길이방향으로 신장되어 다량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는 완전하게 슬래그 제거가 되지 않은 강을 선체의 재료로 사용했다는 이야기인데, 그당시 제강기술은 완벽한 MnS의 제거가 힘들었을지도 모릅니다. 결과적으로 MnS의 경우도 파괴의 핵으로 작용했을 확률이 컷다는 것입니다.

슬래그의 제거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다음의 사실로도 알수 있습니다.

타이타닉호는 용접 구조물이 아니라 리벳에 의해 체결된 선체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타이타닉호에는 약 300만개의 리벳이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이들 리벳 중 2개를 수거해 조사한 결과 이 두 개의 리벳에는 슬래그가 다량 함유되어 있는 것으로 들어났습니다. 이러한 슬래그가 혼합된 리벳에 충격이 가해진 경우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고 쉽게 끊어졌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리벳체결에 의한 선체제조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리벳을 체결하기 위해 선체에 드릴링에 의한 구멍 가공시, 선체에 발생한 미세크랙(micro crack)과 버(burr)가 완벽하게 제거되지 않아 선체가 빙산과 충돌시 대규모 파괴의 원인(응력집중)으로 작용한 것으로 예측되기도 합니다. 그당시 용접 구조물로 배를 건조하지 않은 사실이 또 하나의 파괴의 원인으로 작용한 것입니다.

자, 이제 타이타닉호의 침몰의 원인이 단순히 빙산과 충돌에 의한 것만은 아님을 아셨을 것입니다. 타이타닉의 침몰의 경우 완벽한 설계기술을 자랑했지만 그당시의 제강기술의 한계와 파괴역학적인 설계개념의 미비로 인하여 발생한 종합적인 재앙이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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