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성장의 한계

2012. 9. 22. 07:49자연과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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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성장 한계 10%밖에 안 남았다

등록 : 2012.09.21 21:15수정 : 2012.09.21 21:19

지구 생물권 식물의 광합성 수준을 인공위성으로 촬영한 모습. 육지에서 푸른색일수록 생산량이 많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 제트추진연구소 제공

[토요판/생명] 조홍섭의 자연 보따리
러닝의 예언을 아십니까

태풍이 이례적으로 연달아 세 번씩 한반도에 상륙했다. 올여름 북극 얼음의 크기는 사상 최소 기록을 갈아치웠다. 벌써부터 올겨울 이상기상을 걱정하는 소리가 나온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이렇게 몸 가까이 왔다.

문제는 지구의 심각한 고민거리 가운데 기후변화는 한 부분에 불과하다는 데 있다. 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소비도 증가 일로에 있는데 지구의 자원은 언제까지 그 욕구를 충족시켜 줄까.

1972년 로마클럽은 <성장의 한계> 보고서에서 21세기 초에 이르면 지구의 자원이 늘어난 인구를 부양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의 ‘원시적’ 컴퓨터 모델을 최근 현대식으로 다시 계산했더니, 놀랍게도 당시의 예측은 상당히 정확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요즘 ‘지구 한계’(Planetary Boundary)란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 지구 자원에 한계가 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게 언제냐를 묻게 된 것이다.

지구의 한계를 어림하는 잣대는 기후변화, 오존층 파괴, 바다 산성화, 생물다양성 감소, 담수 이용, 질소·인의 순환, 토지 이용 변화 등이다. 인류가 재앙을 피하려면 각각의 잣대가 한계치 안에 머물러야 하는데, 이미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 과영양화는 한계를 넘어섰고 바다 산성화도 문턱을 넘어섰다고 과학계는 본다.

최근 스티븐 러닝 미국 몬태나대 교수는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이들 잣대를 통합해 육상식물의 1차 생산량 하나로 지구 생물권의 한계를 계량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인공위성으로 식물이 덮인 육지의 면적과 그 밀도, 매일의 햇빛, 온도, 습도 등 식물이 자라는 환경을 측정해 지구 전체의 식물이 광합성으로 생산한 탄화수소 양을 계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식물이 이렇게 햇빛과 물, 이산화탄소로 광합성을 해 합성한 유기물은 먹이사슬의 토대를 이뤄 인류의 식품, 옷, 연료를 포함해 모든 생물을 먹여 살린다.

그가 계산한 지구 육상식물의 1차 순 생산량은 연간 536억t으로 지난 30여년 동안 큰 변화가 없었다. 현재 인류는 이 가운데 38%를 이용하고 있다. 나머지 62%는 미래 세대의 성장을 위해 쓰면 될까.

안타깝게도 그 나머지를 모두 인류가 쓸 수가 없다. 예를 들어 나무가 자신의 뿌리를 만드는 데 쓰는 광합성은 인류가 쓸 수 없는 부분이다. 국립공원 같은 보호구역과 접근이 불가능한 야생지역도 마찬가지다. 이런 사용 불가능한 1차 생산량은 전체의 53%나 된다.

결국 앞으로 인류가 쓸 수 있는 것은 식물의 1차 생산량의 약 10%인 연간 50억t에 불과하다고 러닝은 주장한다. 2050년까지 세계 인구는 40% 증가할 것이고, 50억 개도국 사람들은 생활수준 향상을 열망하고 있어 세계의 자원 소비는 지금의 갑절로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이미 농업용 관개용수로 쓸 담수와 지하수는 개발의 한계에 왔고 질소와 인 과잉으로 인한 녹조와 적조가 심해 화학비료를 무작정 더 뿌리기도 힘들다. 성장의 여지는 이제 10%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 모든 수요를 충족하는 수단은 잘 보이지 않는다.

러닝의 예언은 음울하다. “지구는 앞으로 20~30년 안에 성장의 한계에 도달할 것이다.” 40년 전 로마클럽의 지적은 옳았다.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