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안 고문·가혹행위로 허위 자백” 간첩 누명 어부 36년 만에 무죄 판결

2012. 12. 27. 11:44정치와 사회

사건·사고
“이근안 고문·가혹행위로 허위 자백” 간첩 누명 어부 36년 만에 무죄 판결
인천 |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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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잡이를 하다 북한 경비정에 피랍되고 귀환한 뒤 간첩 혐의로 12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어부가 36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이 어부는 ‘고문 기술자’로 악명을 떨친 이근안씨로부터 가혹한 고문을 받아 허위자백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지법 형사13부(송경근 부장판사)는 26일 국가보안법 위반(간첩)과 반공법 위반 혐의로 12년11개월을 복역한 정규용씨(70)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씨는 불법 연행·감금 상태에서 고문과 가혹행위로 허위자백을 강요당했다”고 판시했다. 송경근 재판장은 이날 무죄 판결 뒤 “과거 권위주의와 독재정권 시절의 어처구니없는 사건으로 30여년간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겪은 정씨에게 법원을 대표해 사과드리고, 사법부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한 점을 반성한다”고 밝혔다.

정씨는 1968년 6월 소연평도 해상에서 조기잡이를 하다 북한 경비정에 피랍돼 5개월 후 인천항으로 귀환했다. 이후 어부로 생활하던 중 간첩 혐의로 기소돼 1976년 서울형사지방법원 인천지원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해 정씨에 대한 재심청구를 했다. 정씨는 공판 과정에서 “이근안씨에게 발로 밟히고 몽둥이로 개처럼 맞았다. 또 3∼4일씩 잠을 재우지 않는 고문도 당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