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1.14 20:12수정 : 2013.01.14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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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숙씨 |
양경숙 공천헌금 사건, 박지원 염두 “사기 아니다” 강조
서울중앙지검은 ‘양씨의 개인 사기’ 판단…결론 뒤집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지난해 8월 직접 수사에 나서 야당 정치인과 관련된 의혹을 부풀렸던 양경숙(52·사진)씨의 이른바 ‘공천헌금’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이 ‘사기’ 사건으로 결론내렸다. 대검 중수부가 직접 뛰어든 명분을 강조하기 위해 “사기죄는 성립 안 된다”고 했던 사안을, 서울중앙지검이 정반대로 뒤집은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 이헌상)는 “4·11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22번을 주겠다”며 정아무개(53)씨에게서 12억원을 받아 챙긴 양경숙 라디오21 본부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사기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고 14일 밝혔다.
검찰의 조사 결과를 보면, 양씨는 정씨에게 “2012년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자들에게 로고송과 선거유세용 탑차를 제공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이 사업에 투자하면 비례대표 후보로 추천해줄 수 있으며, 의원에 당선되면 투자금만 돌려주고 당선되지 않으면 투자금과 함께 20%의 이익금을 돌려주겠다”고 말했다. 또 정씨한테 “12억원을 투자하면 비례대표 당선 안정권인 22번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씨가 양씨에게 12억원을 건넨 사실은 이미 대검 중수부 수사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중수부는 정씨에게서 12억원, 이아무개(57) 서울 강서구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에게서 10억9000만원, 이아무개(58) 세무법인 대표에게서 18억원 등 모두 40억9000만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 양씨를 ‘정치자금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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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뉴시스 |
중수부는 당시 양씨와 정씨 등 4명을 기소하면서 낸 보도자료에서 박지원 민주당 의원을 ‘에이(A) 의원’으로 지칭하며, 민주당 당대표 경선을 준비하던 박 의원이 양씨에게 모바일 선거인단 모집을 요청하고 양씨와 함께 이 이사장 등을 만난 사실을 상세히 적어놓았다. 이두식 대검 수사기획관은 당시 브리핑에서 “일부 언론에서 양씨가 아무 근거 없이 돈을 받지 않았느냐는 보도가 있어 설명하느라고 써놨다”고 말했다. ‘중수부가 박지원 의원을 옭아매려는 욕심에 양씨의 단순 공천사기 사건을 덥석 물었다’는 비판에 대한 항변이었다.
공방은 법정에서도 계속됐다. 정치자금법·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함께 기소된 정씨 등은 “양씨는 비례대표 공천에 관여할 의사와 능력이 모두 없었기 때문에 정치자금법 위반이 아닌 사기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중수부 검사는 “양씨가 공천을 줄 의사도 있었고, 그동안 활동을 보면 충분히 능력도 있어서 사기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은 “양씨가 정씨를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이 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민주당 공천을 받아주겠다는 양씨의 주장은 허황된 얘기라는 것이다. 변찬우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정씨가 ‘왜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를 하느냐’며 양씨를 사기죄로 고소했고, 이건 사기가 된다고 판단을 해서 모양이 안 좋긴 하지만 기소를 했다”고 설명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