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池밑 10km 지점 마그마 가득… 수년째 ‘수상한 움직임’

2015. 4. 3. 00:33자연과 과학

동아일보

[동아일보]
韓中, 백두산 폭발대비 공동탐사

“백두산 현지 탄화목(화산재에 불탄 나무 화석)을 분석한 결과 백두산은 1076년 전인 939년 대폭발을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분석 결과는 일본의 역사 기록과도 정확히 일치합니다.”

홍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자원분석실장은 지난달 23일 제주 제주시 삼도동 오션스위츠호텔에서 열린 ‘한중 백두산 마그마 연구 워크숍’에서 탄화목 분석 결과를 처음 공개했다. 방사성탄소 연대측정을 이용해 탄화목에 남아 있는 탄소를 추적한 뒤 나무가 숯으로 바뀐 시기를 확인한 것이다. 탄화목처럼 과학적인 증거물을 통해 백두산 폭발 시기를 알아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백두산은 일본 후지산, 미국 옐로스톤 등과 함께 세계적으로 가장 위험한 화산으로 꼽힌다. 용암이 조금씩 흘러나오는 활화산보다 백두산처럼 땅속에 마그마를 잔뜩 품고 있으면서 화산활동만 멈춘 ‘조용한 화산’이 훨씬 위험하다. 언제든지 큰 폭발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백두산이 마지막으로 폭발한 건 1903년이다. 939년 대폭발을 일으킨 뒤 몇 차례 작은 폭발이 이어졌고, 약 1000년 뒤 다시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939년 대폭발 당시 백두산 분화 규모는 7이었다. 이는 당시 분출된 화산재 양이 100km³에 이른다는 뜻인데, 이 정도면 한반도 전체를 5cm 두께로 덮을 수 있는 양이다. 1903년 폭발 때도 25km 높이까지 화산재를 뿜어냈다.

최근 수년간 백두산 근처에서 일어나는 조짐은 심상치 않다. 천지(天池) 2∼5km 깊이에서 화산 지진이 늘고 있고, 온천의 수온이 올라가는 등 화산 폭발 직전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과학원은 1999년부터 백두산 곳곳에 지진파 탐지기 등을 설치해 두고 폭발에 대비하고 있지만 땅속 마그마의 움직임까지는 알 수 없어 결국 한중 공동탐사를 결정했다.

류자치(劉嘉麒) 중국과학원 원사(院士)는 “땅속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당장 수년 내 백두산이 폭발하리라고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면서도 “마그마가 흐르는 지하의 지각구조를 제대로 이해해야 화산활동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측 연구진은 마그마가 백두산 천지 10km 근방에 초고온 상태로 뭉쳐 있을 것으로 보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탐사를 벌인다. 우선 2017년까지 비파괴 검사를 통해 백두산 지하의 지질구조를 정교하게 확인한다. 어느 지점을 뚫고 들어가야 마그마에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서다.

초음파 검사 장비와 땅속 전기저항을 측정해 지질 구조를 알아내는 ‘전기비저항토모그래프’ 장비 등도 동원한다. 이 작업이 끝나면 백두산 땅속 최대 12km 부근까지 입체 지도를 그릴 수 있다. 이 첨단 탐사 장비들은 모두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자체 개발해 보유하고 있다. 시추공을 뚫고 마그마를 직접 꺼내는 작업은 2018년 이후 진행될 예정이다. 마그마는 지하 10km 근방에 있지만 주변부까지는 7km가량만 뚫고 들어가면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중 양측은 이 프로젝트에 일본의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백두산은 대륙에 있지만 일본 열도와 관계가 깊다. 일본은 두 개의 큰 지각판이 부딪치며 화산활동을 통해 생겨난 섬이다. 이런 점에서 백두산은 일본 열도와 뿌리가 같다. 땅속으로 가라앉은 지각판이 400km 지하에서 수평으로 움직여 600km 떨어진 지점에서 솟아올라 백두산을 형성했다는 게 전문가 대부분의 의견이다. 울릉도도 이런 과정을 거쳐 생겨났다.

이윤수 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북한과의 공동연구를 이끌어내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중국과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게 된 만큼 앞으로 한중일 3국의 공동연구로 발전시킨다면 충분한 과학적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질자원연구원은 이를 위해 8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중국지질조사소, 일본지질조사소 등과 함께 국제회의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는 동북아 해저 지질구조와 백두산 재해 대응 공동연구 등이 논의된다.

제주=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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