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로 정부·여당 응집력 떨어져… 재계도 몸 사리는 시기
“법인세를 올리지 못하게 전경련에서 국회에 로비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계속 특별한 이유 없이 법인세를 못 올리겠다고 강하게 의견을 내는 것 자체가 또 부패와 연결됐다고, 야당 입장에서는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11월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최순실 게이트’ 이후 국회의 판도를 엿볼 수 있었다. 최순실씨와 재계, 그리고 정부와의 연결고리에 핵심 쟁점인 법인세 인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이 포문을 열었다. 박 의원은 “(정부가) 한 기업마다 딜을 할 생각이면, 공적으로 세금을 공평하게 거둬서 이 세금을 공개적으로 써야 된다. 이분들(기업들)이 미르나 K스포츠재단에 낸 이런 부정한 돈, 이 돈이 사실 법인세 내는 돈하고 마찬가지”라며 맹공을 가했다. “이명박 정부 때 법인세를 인하했다. 그런데 감세효과가 제대로 안 나타났기 때문에 (법인세율을) 정상화해야 한다”(윤호중 민주당 의원), “법인세율을 인상한다고 해서 무조건 기업의 투자가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이언주 민주당 의원) 등 같은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법인세 인상 논의를 비롯해 내년 예산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최순실 예산’을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함께 나왔다. 기재위 국민의당 간사인 김성식 의원은 “(최순실씨가) 빨대를 꽂아 사업예산을 빼간 것이 확인되고 있어 국민의 자존심은 짓밟혔다”며 “최순실 빨대예산을 모두 뽑아내야 한다. 기재부는 예산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지 않나. 다음 법안심사 때까지 (기재부는) 정리해서 제출해달라”고 말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궁지에 몰린 여당도 ‘최순실 예산’에 문제가 있다면 찾아내 삭감해야 한다며 야당의 주장에 일부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과 청와대는 물론 여당까지 밀어닥친 국정능력 공백의 위기를 맞아 주도권을 잃은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여당은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는 끝끝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야당의 법인세 인상안이 사실상 과세표준 수백억원대의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당이 위기의 끝에서도 지켜내려는 기반이 잘 드러나는 지점이다.
야권, 수적 우위 바탕 표결 처리 가능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적으로 점화되기 전부터 법인세 인상 논의는 올해 총선 이후 여소야대 국면에서 맞는 첫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이 예상되던 주제였다. 법인세 인상 논란은 박근혜 정부 들어서 해마다 되풀이됐지만 지난해까지는 여당 출신 국회의장이 법인세 인상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20대 국회 들어 여소야대 국면에 국회의장을 야당 출신이 맡게 됐다.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11월 말까지 여야 합의안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정세균 국회의장이 자신의 고유 권한으로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안이 담긴 세법 개정안을 예산 부수법안으로 지정해 본회의 표결에 부칠 수 있다.
새누리당은 법인세 인상이 대기업의 투자 활력을 줄여 결국 국민 모두에게 부담을 늘리는 방안이라며 절대 통과시킬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예산정국이 시작될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다. 최순실 게이트로 여당 내부의 응집력이 떨어진 것은 물론 정부 관련부처의 동력도 바닥났다. 법인세 인상에 가장 민감한 재계 역시 비선실세와의 관련 의혹이 끝이지 않고 있어 몸을 사려야 하는 시기다. 여당은 막판까지 최대한 예산부수법안 지정을 막기 위해 혈전을 벌이는 수밖에 없다. 이미 본회의에 상정되면 야권이 수적인 우위를 바탕으로 법인세 인상안을 표결로 처리할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반면 야권은 예산정국에서의 성패 여부를 가늠할 법인세 인상 논의를 주도하기 좋은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의 지지율이 바닥을 찍고 있어 야권이 주도해 민생을 챙긴다는 인상을 주고, 다음 대선에서 수권능력이 있다는 점도 보일 수 있는 기회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증세가 필요하다고 해도 다른 세금을 올리면 조세저항과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데, 법인세는 그런 저항이 적을 뿐만 아니라 지금 대기업 비판 정서도 높아진 때라 여론의 힘도 입을 수 있다”며 “힘이 실릴 때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여야 내년 대선국면까지 유리하게 끌고갈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야 3당은 법인세와 소득세를 인상하는 내용을 담은 세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정해 밝혔다. 각 당마다 세부사항에서의 차이는 있지만 인상 기조에는 동의해 여당의 반대에 공조해 대응하기로 했다. 민주당의 법인세 인상안은 법인세 과세표준에 5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이 구간 법인세율을 25%로 적용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의 세법은 과세표준 200억원 초과 구간에 대해 최고 22%의 세율을 적용한다. 5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면 약 4조원가량 추가 세수를 거둘 수 있다고 민주당은 예상한다.
대기업이 중기보다 더 낮은 세율 적용
로비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계속 특별한 이유 없이 법인세를 못 올리겠다고 강하게 의견을 내는 것 자체가 또 부패와 연결됐다고, 야당 입장에서는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11월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최순실 게이트’ 이후 국회의 판도를 엿볼 수 있었다. 최순실씨와 재계, 그리고 정부와의 연결고리에 핵심 쟁점인 법인세 인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이 포문을 열었다. 박 의원은 “(정부가) 한 기업마다 딜을 할 생각이면, 공적으로 세금을 공평하게 거둬서 이 세금을 공개적으로 써야 된다. 이분들(기업들)이 미르나 K스포츠재단에 낸 이런 부정한 돈, 이 돈이 사실 법인세 내는 돈하고 마찬가지”라며 맹공을 가했다. “이명박 정부 때 법인세를 인하했다. 그런데 감세효과가 제대로 안 나타났기 때문에 (법인세율을) 정상화해야 한다”(윤호중 민주당 의원), “법인세율을 인상한다고 해서 무조건 기업의 투자가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이언주 민주당 의원) 등 같은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법인세 인상 논의를 비롯해 내년 예산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최순실 예산’을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함께 나왔다. 기재위 국민의당 간사인 김성식 의원은 “(최순실씨가) 빨대를 꽂아 사업예산을 빼간 것이 확인되고 있어 국민의 자존심은 짓밟혔다”며 “최순실 빨대예산을 모두 뽑아내야 한다. 기재부는 예산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지 않나. 다음 법안심사 때까지 (기재부는) 정리해서 제출해달라”고 말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궁지에 몰린 여당도 ‘최순실 예산’에 문제가 있다면 찾아내 삭감해야 한다며 야당의 주장에 일부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과 청와대는 물론 여당까지 밀어닥친 국정능력 공백의 위기를 맞아 주도권을 잃은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여당은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는 끝끝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야당의 법인세 인상안이 사실상 과세표준 수백억원대의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당이 위기의 끝에서도 지켜내려는 기반이 잘 드러나는 지점이다.
야권, 수적 우위 바탕 표결 처리 가능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적으로 점화되기 전부터 법인세 인상 논의는 올해 총선 이후 여소야대 국면에서 맞는 첫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이 예상되던 주제였다. 법인세 인상 논란은 박근혜 정부 들어서 해마다 되풀이됐지만 지난해까지는 여당 출신 국회의장이 법인세 인상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20대 국회 들어 여소야대 국면에 국회의장을 야당 출신이 맡게 됐다.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11월 말까지 여야 합의안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정세균 국회의장이 자신의 고유 권한으로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안이 담긴 세법 개정안을 예산 부수법안으로 지정해 본회의 표결에 부칠 수 있다.
새누리당은 법인세 인상이 대기업의 투자 활력을 줄여 결국 국민 모두에게 부담을 늘리는 방안이라며 절대 통과시킬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예산정국이 시작될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다. 최순실 게이트로 여당 내부의 응집력이 떨어진 것은 물론 정부 관련부처의 동력도 바닥났다. 법인세 인상에 가장 민감한 재계 역시 비선실세와의 관련 의혹이 끝이지 않고 있어 몸을 사려야 하는 시기다. 여당은 막판까지 최대한 예산부수법안 지정을 막기 위해 혈전을 벌이는 수밖에 없다. 이미 본회의에 상정되면 야권이 수적인 우위를 바탕으로 법인세 인상안을 표결로 처리할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반면 야권은 예산정국에서의 성패 여부를 가늠할 법인세 인상 논의를 주도하기 좋은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의 지지율이 바닥을 찍고 있어 야권이 주도해 민생을 챙긴다는 인상을 주고, 다음 대선에서 수권능력이 있다는 점도 보일 수 있는 기회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증세가 필요하다고 해도 다른 세금을 올리면 조세저항과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데, 법인세는 그런 저항이 적을 뿐만 아니라 지금 대기업 비판 정서도 높아진 때라 여론의 힘도 입을 수 있다”며 “힘이 실릴 때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여야 내년 대선국면까지 유리하게 끌고갈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야 3당은 법인세와 소득세를 인상하는 내용을 담은 세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정해 밝혔다. 각 당마다 세부사항에서의 차이는 있지만 인상 기조에는 동의해 여당의 반대에 공조해 대응하기로 했다. 민주당의 법인세 인상안은 법인세 과세표준에 5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이 구간 법인세율을 25%로 적용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의 세법은 과세표준 200억원 초과 구간에 대해 최고 22%의 세율을 적용한다. 5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면 약 4조원가량 추가 세수를 거둘 수 있다고 민주당은 예상한다.
대기업이 중기보다 더 낮은 세율 적용
국민의당은 법인세 과표 200억원 초과 구간 세율을 현재의 22%에서 24%로 높이는 안을 제시했다. 대기업에 집중된 과세 감면과 공제 등을 고려해 당초 명목세율 대신 실효세율을 높이는 안에 집중했지만 결국 법인세 인상으로 당론을 정했다. 정의당은 2억원 초과 구간의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올려 이명박 정부가 감세하기 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안을 냈다. 과표 구간을 2억원 이하와 2억원 초과로만 나눈 뒤 2억원 이하 구간에서도 현행 10%에서 13%로 3%포인트 높이도록 했다. 각 당은 소득세도 과표 최고 구간을 신설해 현재보다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내용의 인상안을 각각 내놨다.
야당의 법인세 인상 논리는 대기업이 그동안 과도한 특혜를 받아왔다는 것이다. 국제 경쟁력을 키우고 자본의 해외 이탈을 막기 위해 대기업에 낮은 세율의 법인세를 부과해 오는 동안 대기업들의 조세부담은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났다. 특히 소득세 세수가 법인세를 웃도는 현상은 최근 들어 심해졌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인 2012년까지만 해도 소득세는 45조8000억원으로, 법인세 45조9000억원보다 적었지만 소득세가 빠르게 늘면서 세수규모가 역전됐다. 지난해 소득세는 60조7000억원이 걷혀 2012년보다 32.5%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법인세는 45조원으로 오히려 2.0% 감소했다. 때문에 전체 국세에서 법인세와 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역전됐다. 2015년 법인세 비중은 20.7%, 소득세 비중은 27.9%로, 법인세보다 소득세 비중이 7.2%포인트 높아졌다. 소위 ‘유리지갑’이라고 불리는 근로소득세는 매년 꾸준히 늘어 지난해 27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2012년 19조6000억원과 비교하면 38.3% 늘어난 수치다.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에 비해 더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문제도 있다. 2014년 과세표준이 500억∼1000억원 이하에 해당하는 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18.8%였다. 하지만 1000억∼5000억원 이하 기업의 실효세율은 18.7%로 이보다 낮았다. 5000억원 초과 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16.4%로 더 낮았다. 돈을 많이 벌수록 세금을 많이 거둔다는 법인세의 취지와는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이유는 대기업들이 더 쉽게 누릴 수 있는 공제 감면 때문이다. 과표 500억∼1000억원 이하 기업들은 평균 2.6%, 1000억∼5000억원 이하 기업은 3.1%, 5000억원 초과 기업은 5.6%를 공제받아 대기업들의 공제 폭이 더 컸다.
전경련과 여당은 법인세 인상은 기업의 국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며 맞서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도 대체로 법인세를 인하하는 추세라는 근거를 든다. 그러나 국회 예산정책처가 올해 발표한 ‘조세의 이해와 쟁점’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부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원국들의 법인세율 추이는 각기 달라 뚜렷한 인하 추세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34개국 중 법인세율을 유지한 나라가 8개국, 최근 인상한 나라가 9개국인 데 비해 꾸준한 인하 추세를 보인 나라는 9개국, 최근에 인하한 나라는 5개국으로 집계됐다. 금융위기 직후 인하했으나 이후 변동이 없는 나라가 3개국이었다. 한국의 법인세율은 OECD 평균보다도 낮았다. 지난해 기준 OECD 평균 법인세율은 23.2%였지만 한국은 22%였다. 한국보다 높은 나라가 18개국, 낮은 나라는 13개국, 같은 나라가 2개국이었다.
조선·해운업 위기 등 한국 경제의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라 법인세를 높여 기업의 부담을 늘리면 경기회복에 악영향을 준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대기업이 법인세율이 낮게 유지되는 동안 투자와 고용은 크게 늘리지 않은 현실을 볼 때 대기업에 집중되어 있는 돈을 풀어 더욱 위험한 가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전경련 자료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의 2008년 이후 연평균 투자액은 5.2%, 종업원 수는 5.2%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매출 역시 861조원에서 1232조원으로 늘었던 것을 보면 투자액의 증가 원인이 감세에 있다고 보기 힘들다. 김유찬 홍익대 교수는 “법인세 감세에도 불구하고 기업 투자는 늘어나지 않아 법인세 감세가 추가적 경제성장을 가져오지 않고 미약한 효과 정도가 있다는 것이 학계의 결론”이라며 “세율을 5% 정도 올리고 비과세 감면을 정비해 총 10조원 정도를 추가 법인세수로 거둘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법인세가 낮게 유지된 기간 동안 대기업의 고용 역시 늘어나기는 했지만 비정규직 위주로 증가해 질 나쁜 일자리를 중심으로 고용을 늘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300인 이상 기업의 비정규직 비율은 2014년 기준 37.2%에서 지난해 39.5%로 증가했다. 게다가 기업규모가 커질수록 비정규직 비율도 높아졌다. 300명 이상 500명 미만 기업의 비정규직 비율이 29.7%인 데 비해, 1만명 이상 기업은 41.7%였다. 파견직으로 부르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비율도 300명 이상 500명 미만 기업에서는 4.3%였지만 1만명 이상의 대기업에선 32.9%나 됐다.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법인세 문제는 선택의 문제로, 어느 것도 절대선이나 절대악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경쟁력과 재정건전성 가운데 선택해야 하는 문제”라면서 “법인세율을 인하해 (기업 투자와 고용이 늘어난) 그 효과가 불분명하다면 그만큼 국민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인하했던 만큼 복구해야 하고, 더구나 재정지출이 확대되는 상황이라면 미래를 대비해 감면효과가 불분명했던 부분을 좀 올려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소득을 투자에 쓰지 않고 사내유보금으로 쌓아두는 경향이 커지면서 반대로 가계의 소득여건은 개선되지 못하고 내수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도 법인세 인상을 요구하는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이러한 지적 때문에 기업소득을 가계소득으로 돌게 하기 위해 ‘기업소득 환류세제’가 지난해부터 도입됐지만 이 제도의 한계가 드러나 보완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기업들이 이 새로운 세제의 혜택을 받으려 임금수준을 높이거나 고용을 늘리기보다는 주주에게 주는 배당금을 확대하는 데 치중했기 때문이다. 국회 예산정책처 채은동 경제분석관은 ‘조세의 이해와 쟁점’ 보고서에서 “2015년 현재 상장 주식회사 전년 대비 기준으로 배당 4조5000억원, 임금증가분 2조6000억원을 기록해 특히 배당 증가가 두드러졌다”면서 “투자·임금·배당 등을 종합적으로 증가시키고자 한 제도의 본래 취지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제도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금 거둬 무엇부터 해야 할까>
현재까지 밝혀진 ‘최순실 예산’의 규모는 얼마일까. 국민의당이 발표한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문제 예산 현황 및 대응방안’에 따르면 최씨와 관련된 예산규모는 드러난 부분만 약 4200억원에 달한다. ‘문화융성’과 ‘창조경제’를 주요 역점사업으로 내걸고 추진한 박근혜 정부의 관련 분야 정부 예산 연평균 증가율은 6.8%로, 3.5%인 전체 평균보다 크게 높았다. 최씨의 입김이 미친 분야는 문화예술 관련 분야에 그치지 않았다. 해외원조사업인 코리아에이드 예산(143억원)도 2016년 예산 50억원에 비해 1년 만에 세 배 가까이 급증했고, 새마을운동 자원사업 예산(72억원), 태권도진흥사업(168억원), 나라사랑정신계승발전 예산(120억원), 위풍당당 코리아벤처펀드 예산(440억원) 등의 굵직한 사업도 최씨와의 관련 의혹으로 예산이 삭감될 가능성이 있다.
그에 비해 내년도 예산안의 복지와 사회보장 분야를 보면 사회보험 기금을 제외한 일반회계 예산은 2016년 33조713억원에서 33조918억원으로 증가율이 0.1%에 불과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2017년도 보건복지 예산(안) 분석보고서’에서 기초보장, 보육, 아동·청소년, 노인, 보건의료, 장애인 등 총 6개 분야의 보건복지 예산안을 분석했다. 이 가운데 기초보장분야에서 주거급여, 교육급여의 예산을 삭감했고, 생계급여 역시 명목상으로는 일부 증가했지만 실제 수급자 수를 과소 추계해 사실상 예산이 부족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송파구 세 모녀 사건’에서와 같은 위기 가구를 지원하는 긴급복지 예산 역시 16.5% 삭감 편성해 “취약계층에 대한 국가지원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예산”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른 분야 역시 마찬가지였다. 보육분야에서는 국·공립 어린이집 예산을 전년 대비 38%가량 줄어든 189억원만으로 편성했다. 목표치인 150개소에 대한 예산보다 절반밖에 되지 않는 75개소분의 예산에 불과하다. 아동·청소년분야에서도 정부가 주요 정책으로 거론해온 아동학대 문제에 대해 방지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점과 보호가 필요한 아동에 대한 대책 자체가 미비한 점 등이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노인분야 역시 경로당의 냉·난방비와 양곡비 지원이 전액 삭감돼 논란을 빚은 작년에 이어 이번 예산안에서도 삭감된 채로 유지됐다. 장애인연금, 장애인수당 등도 감액 편성되어 장애인의 복지수급권이 위협받을 위기에 놓였다.
법 규정을 정부 스스로 위반해 예산이 편성된 경우도 있었다. 2017년 건강보험 총 보험료 수입예상액은 44조4436억원으로 예상되지만 정부는 1조3485억원을 감액 편성해 국민건강보험법 제108조를 위반하기도 했다. 참여연대는 “정부가 예산안에서 복지분야에 감액이 있거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 예산을 사업을 쪼개서 올리거나 사업명을 모호하게 표현해 심사에 올리는 등의 방식으로 사실상의 예산 감액에 대한 책임 회피를 하고 있다”며 “민생안정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복지예산을 편성하고 지적된 예산 편성상의 문제점을 개선하여 보편적 복지국가 체제에 걸맞은 재정운용구조로 재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