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4.07 03:03 | 수정 : 2017.04.07 07:31
[西村 주민 "관광객 늘어 일상생활 위협"… 서울시·종로구 개발에 반대]
市 "역사성 살려 관광객 유치"… 주차장 설치·한옥 체험관 등 갈등
원주민은 지속적으로 빠져나가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사직동주민센터에 인근 주민 100여명이 모였다. 종로구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추진하는 '필운대로 지하 주차장 설명회' 자리였다. 주민들은 앞다퉈 마이크를 잡고 "그렇지 않아도 넘치는 관광객에 괴로운데 더 오라고 유도하나" "인근에 초등학교가 두 군데나 있는데 아이들에게 위험하다"는 발언을 했다. 100여명 중 70여명이 "사업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결국 종로구는 용역비 11억원이 투입된 사업을 잠정 중단했다.
이미지 크게보기최근 서울의 새로운 관광지로 떠오른 서촌(경복궁 서쪽) 주민들이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을 걱정하고 있다. '관광지화하다(touristify)'라는 단어와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하면서 집값이 오르면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을 합친 이 말은 마을이 관광지로 유명해지면서 원주민이 다른 곳으로 떠나야 하는 실태를 표현한 것이다.
서울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투어리스티피케이션 현상에 의한 지역 주민 갈등 관리 연구'에서는 "이제까지 서울시의 관광정책은 양적 성장에 맞춰져 왔으나 서촌 등 일부 지역은 수용 능력이 한계에 도달했다"며 "서울시의 주인은 관광객이 아니라 주민인데, 정작 주민의 정주권이 침해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촌 곳곳에서 "마을의 역사성을 살려 관광객을 모으겠다"는 시나 구의 정책과 "관광지이기 이전에 지역 주민의 삶터"라는 주민 간 갈등이 충돌하고 있다. 구는 자하문로 경기상고 지하에 관광객용 주차장을 지으려 했지만 "학교 운동장 아래 주차장이라니 말이 안 된다"는 주민 반대에 무산됐다.
주민들은 구가 "관광객에게 한옥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겠다"며 폐가를 한옥으로 개조 공사 중인 상촌재에 대해선 "쓰레기가 늘어나고 시끄러워진다"며 항의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이 옥인동에 들이려는 보안수사대 통합 청사도 "제대로 된 어린이공원조차 없는데 5000평 청사가 웬 말이냐"는 주민 반대에 부딪혀 있다.
상업용으로 팔릴 뻔하다 최근 시의 우수 건축 자산으로 지정된 체부동 성결교회 용도를 두고도 한때 갈등이 불거졌다. 시는 이곳을 시민 오케스트라 연습 공간 등으로 활용하려 했는데 "주민이 청원해 살린 곳을 외지인을 위해서만 쓸 수 있나"라는 주민 반발이 일자 마을 공동체를 위한 공간으로 함께 활용하기로 했다.
서촌이 관광지로 본격 부상한 2012년 이후 이곳의 인구는 지속적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2013~2015년 청운효자동과 사직동의 경우 매해 전입(2890명→3722명→4059명)보다 전출(4124명→4534명→4423명)이 많았다. 전체 인구는 줄었다. 서촌보다 먼저 관광지로 유명해진 북촌에선 상업 시설들이 밀고 들어오면서 많은 주민이 집을 팔거나 세를 주고 떠났다. 시에서는 지난 1월 북촌 일대 지구 단위 계획 재정비에 들어가면서 외국 관광객 급증과 상업화로 한옥 밀집 지역까지 훼손되고 있다고 보고 골목 상권 보호 대책, 주거 환경 개선
서촌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한 시민단체인 종로서촌지기의 강인숙 대표는 "앞으로 신분당선 연장선이 서촌을 지나면 관광객으로 인한 갈등이 더욱 커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시 관광정책과 관계자는 "이달 중 실태 조사를 마치고 9월까지 주민들 요구를 반영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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