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회 시민의 삶의 질은 사회지표를 통해 가늠해볼 수 있다. 빈곤율, 자살률, 출산율 등 각종 사회지표는 시민이 얼마나 안전한 삶을 누리고 건강한 환경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준다. 최근 한 정부 자료를 살펴보는데, ‘국격에 맞지 않는 주요 사회지표’란 제목의 도표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경제규모 세계 11위인 대한민국의 품격에 어울리지 않는 사회지표란 뜻으로 열거된 통계수치는 우리네 삶의 어두운 면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우선 삶의 만족도를 뜻하는 ‘더 나은 삶의 지수’를 보니, 한국은 10점 만점에 5.9점(OECD 평균 7.3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조사대상 31개국 중 꼴찌였다. 믿을 만한 친구나 친척이 있느냐를 가리키는 사회적 지지 비율도 41개국 가운데 점수가 가장 낮았다. 자녀에게 관용성을 가르치겠다는 부모 비율 또한 45.3%에 머물러 최저였다. 복지 혜택을 경제적으로 환산한 사회임금도 최하위 수준을 면치 못했다. 스스로 건강하다고 느끼는 주관적 건강인식 비율 또한 32.5%(OECD 평균 68.7%)로 조사대상 37개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 그래서일까. 한국인은 유독 병원을 자주 찾아 1인당 외래진료를 받는 횟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7회에 견줘 갑절이 넘는 16회로 역시 1위를 기록했다. 이밖에도 노인빈곤율, 자살률, 결핵 유병률, 공공도서관 수, 미세먼지 평균농도, 평생교육 참여율, 성인의 학습 의지, 청소년 운동부족 비율, 평균 수면시간 등이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지표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내 삶이 나아지는 나라’를 천명했다. 시민의 일상적 삶이 피부에 와닿도록 나아지게 하겠다는 다짐이다. 이를 구체적 증거로 보여주려면, ‘국격에 맞지 않는 주요 사회지표’를 재임기간에 뚜렷이 개선해야 한다. 고공행진 중인 대통령 지지율도 이런 사회지표 성과 없이는 지속되기 힘들 것이다.
이창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 겸 논설위원
go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