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향후 30년간 남북 경제협력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최소 170조원에 달한다”며 경협 확대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다음 달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이 예고된 상황에서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한 남·북·미 간 공감대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15일 제73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지난해 12월 발간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남북 경협 연구결과를 인용해 이같이 밝히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철도 연결과 일부 지하자원 개발 사업을 더한 효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남북 간에 전면적인 경협이 이뤄질 때 그 효과는 비교할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을 경협 성공 사례로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미 금강산 관광으로 8900여명의 일자리를 만들고 강원도 고성의 경제를 비약시켰던 경험이 있다”며 “개성공단은 협력업체를 포함해 10만명에 이르는 일자리의 보고였다”고 소개했다. 또 “지금 경기도 파주 일대도 상전벽해와 같은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고 덧붙였다.
문재인정부 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선정한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됐던 통일경제특구 구상을 경기·강원도 일대에 설치하는 것으로 구체화시켰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은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낙관의 힘을 저는 믿는다”며 “광복을 만든 용기와 의지가 우리에게 분단을 넘어선 평화와 번영이라는 진정한 광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당시 경기도 파주와 북측 개성·해주를 연결하는 통일경제특구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조만간 남북 상시 연락체제가 들어서는 만큼 군사 충돌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상호 대표부로 발전하게 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도 사상 최초로 설치하게 됐다. 대단히 뜻 깊은 일”이라며 “며칠 후면 남북이 24시간, 365일 소통하는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과 북은 우리가 사는 땅, 하늘, 바다 어디에서도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단하기로 했다”며 “지금 남북은 군사당국 간 상시 연락채널을 복원해 일일 단위로 연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군사적 위협이 사라지면서 ‘분쟁의 바다’였던 서해가 평화와 공동번영의 상징이 됐다고 평가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 비무장지대 시범적 감시초소 철수, 남북 공동 유해 발굴, 이산가족 상봉 재개 등을 언급하며 남북 관계가 역사적 전환점을 맞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어야 본격적인 경협이 이뤄질 수 있다”며 “평화경제, 경제공동체의 꿈을 실현시킬 때 우리 경제는 새롭게 도약할 수 있다. 우리 민족 모두가 함께 잘 사는 날도 앞당겨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개최된 73주년 광복절 및 정부 수립 70주년 경축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문 대통령 뒤편 배경에 ‘평화’를 뜻하는 각국의 단어가 배열돼 있다. 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