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2018. 8. 26. 17:51경영과 경제

[르포] 소상공인들의 외침

“文정부 ‘최저임금 똥고집’ 300만 길거리 나앉을 판”

  • | 이지은 황영주 ‘동아 기사쓰기 아카데미’ 수강생


  • ● “영세자영업자 염원 묵살”
    ● “인건비 27% 인상 감당 못 해”
    ● “서비스업 위축과 저소득층 일자리 감소”
    ● “정권의 화약고 될 것”
7월 24일 서울 동작구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열린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 출범식 [안철민 동아일보 기자]

7월 24일 서울 동작구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열린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 출범식 [안철민 동아일보 기자] 

최저임금이 2년 연속으로 크게 올랐다. 영세자영업자들의 반발이 드세다. 과연 그들의 현실은 가게 문을 닫아야 할 만큼 힘들까.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현장에서 직접 들어봤다. 

먼저, 우리는 7월 24일 서울시 동작구 신대방1가길 소상공인연합회 건물 지하 대강당에서 열린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 출범식’을 찾았다. 무더위가 한창인 가운데, 약 130석 규모의 좌석을 보유한 강당은 연합회 관계자들과 소상공인들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조차 찾기 어려웠다. 

‘700만 소상공인을 대변하는 법정 경제6단체’임을 주장하는 연합회 측은 대강당 벽면에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최저임금 일괄 적용을 비판하는 현수막을 걸어두고 있었다. “청주에서 왔슈” “강원도에서 오셨어?” 인사를 주고받는 참가자들 손엔 소상공인의 자립과 희망을 상징하는 주황색 바람개비가 쥐여져 있었다.


총궐기와 광화문 천막

이들은 8월 29일 최저임금 제도개선 총궐기를 결의했고, 서울 광화문 등에 소상공인 119센터 천막을 설치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는 올해 최저임금을 16.4% 올린 데에 이어 내년 최저임금을 10.9% 올리기로 결정했다. 그 과정이 전혀 매끄럽지 않았다. 7월 10일 진행된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는 소상공인들이 요구한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 방안이 부결됐다. 이후 사용자위원 9명은 회의를 거부했다. 4일 뒤인 7월 14일 위원회에서 이들의 불참 속에 최저임금은 8350원으로 표결됐고 고용노동부는 소상공인연합회의 이의를 기각하면서 그대로 확정 고시했다.  

7월 24일 행사장에서 만난 몇몇 소상공인은 “최저임금과 자영업자 문제는 현 정권의 화약고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생존권 운동연대엔 소상공인연합회 외에 외식업중앙회, 경영인권바로세우기 중소기업단체연합,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소공인총연합회 등 유관 단체도 참여했다. 이들은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결의서를 채택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5인 미만 사업장 최저임금 차등화 요구가 무참히 묵살됐다. 1년 남짓한 기간에 27.3%나 오른 최저임금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소상공인의 염원을 외면한 2019년 최저임금 결정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통시장 상인, 영세 중소기업과도 연대해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전진해나갈 것이다. 대통령이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호 주면 받아들여야지”

우리는 서울 을지로 인쇄공장 밀집 지역을 찾았다. 서울지역 인쇄업계의 60~70%에 해당하는 5000여 업체에 1만5000명이 이곳에서 일한다. D인쇄소 직원 이모 씨는 “이러다 IMF 다시 올 거라니까”라고 했다. 그의 말에서 절망이 느껴졌다. 골목은 한산했고 기계가 돌아가는 곳은 많지 않았다.  

15년간 인쇄업에 종사한 이씨는 “원래 인쇄물을 실어 나르는 퀵서비스 오토바이와 택배 차량이 쉴 새 없이 드나들고 경적 소리로 시끄러워야 한다. 지금 조용하지 않으냐? 성수동도 사정이 마찬가지”라며 한숨을 쉰다. 최근 연하장, 달력, 수첩, 홍보물 주문이 격감했고, 이에 따라 10년 전에 하루 24시간 돌던 기계도 멈췄다고 한다. 요즘 D인쇄소에선 직원 4명이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한다. 불황에 최저임금 상승까지 겹쳐 을지로 인쇄업계의 분위기는 음울하기만 했다.  

거리마다 있는 편의점도 상황이 어렵긴 마찬가지였다. 서울 강서구 S 편의점 주인 김모 씨는 본사가 내놓은 상생 방안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월 2만 원 남짓 덜 걷어가겠다는 건데…이게 무슨 상생이냐고.”  

김씨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 “‘최저임금을 올리면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당국의 정책 오류로 많은 자영업자가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부가가치세는 그대로인데 인건비와 물가는 오르니 살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한다고 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마중물이 돼 근로자 소득이 늘면 소비가 늘고, 이에 따라 자영업자 매출이 늘고, 그래서 소비가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의 생성, 정부는 이걸 기대했다. 지금 어떤가? 근로자 일부만 소득이 늘고 물가가 오르고 자영업자 매출이 줄고 구조조정으로 해고가 늘고 고용이 안 되고 소비가 둔화되고 있다. 사회가 이 정도 신호를 주면 정부는 이것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무슨 똥고집도 아니고 일단 밀어붙이면 된다는 식으로 나온다. 소상공인도 엄연한 국민이다. 100만 자영업자가 폐업하면 그 가족까지 300만이 거리로 나앉게 되는 것이다. 아르바이트생들도 쫓겨난다. 이 숫자가 무시할 수준인지 묻고 싶다.”


“주인 수입이 최저시급만 못 해”

이모(33) 씨는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16평 규모의 수제 햄버거 전문점을 운영한다.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웃도는 날, 이씨 매장의 주방 내부는 취사기구에서 내뿜는 열로 인해 온도가 50도에 이르렀다. 주방이 좁아 작은 탁자용 선풍기 하나로 더위를 이겨내야 한다. 이씨는 오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줄곧 카운터를 지킨다. 그의 주 평균 근로시간은 90시간을 훌쩍 넘는다.  

이씨는 “따져보면 내가 가져가는 수입이 최저시급만도 못하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인건비 부담을 견디다 못해 두 명이던 직원 중 한 명을 내보냈다. 이씨의 매장은 보험료 문제로 자체 배달원을 고용하지 않는 대신 퀵서비스업체에 배달을 맡기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이씨가 퀵서비스업체에 지불하는 수수료가 상승했다. 거리에 따라 3000~3500원으로 책정되던 배달 건당 수수료는 이미 500원 인상됐다. 내년에 최저임금이 또 두 자릿수로 인상된다는 소식에 그는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그는 “가게를 접고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심각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실도 고려해달라. 정부는 먼 미래만 바라보지 말고 지금 당장 소상공인들의 삶도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외식업계 상황도 좋지 않다. 윤철(61) 한국외식업중앙회 서울 서대문구 지회장은 올해 1월 급등한 최저임금에 대해서도 아직 준비 되어 있지 않은데 또 급등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윤 지회장은 우리에게 “많은 음식점이 지난해까진 ‘어떻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까?’를 고민했지만 이젠 ‘어떻게 인건비를 줄일까?’를 고민한다”고 말했다. 윤 회장에 따르면 서울시내 외식업계는 지금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5년 내 3분의 1이 문을 닫을 것이라고 한다. 그는 “정부가 핵심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임대료 문제나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간) 수익구조 문제를 건드리면서, 자영업자들을 보호해주면서, 최저임금을 올렸어야 했다. 그랬다면 최저임금 1만 원이라도 왜 못 올려주겠나. 하루 평균 미국은 217명, 중국은 213명, 일본은 121명, 한국은 64명의 고객이 식당을 찾는다. 이렇듯 우리나라엔 식당이 너무 많다. 최저임금만 올리는 정책으로는 견뎌내기 힘들다.”


“서울시내 음식점 심각한 위기”

문재인 대통령이 7월 26일 최저임금 등에 관한 현장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한 ‘퇴근길 국민과의 대화’는 ‘쇼통’ 논란에 휩싸였다. [동아DB]

문재인 대통령이 7월 26일 최저임금 등에 관한 현장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한 ‘퇴근길 국민과의 대화’는 ‘쇼통’ 논란에 휩싸였다. [동아DB] 

서울시내 음식점들에서 식당 운영시간을 단축하고 직원을 줄이는 추세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김치찜 식당을 운영하는 윤 회장은 “이젠 이른 아침과 늦은 밤엔 영업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음식을 먹으러 기꺼이 찾아와주는 사람들을 위해 오랫동안 문을 열어뒀다. 이젠 그런 호의를 베풀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당연히 매장 직원도 줄일 계획”이라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서비스업의 전반적 위축과 저소득층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지 모른다. 이런 추세는 이미 현실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들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더 어려워졌다”는 아우성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중소기업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이번 최저임금 인상에 특히 불만을 표출한다. 중소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중소기업중앙위원회 측은 7월 29일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고용노동부에 이의제기서를 제출했다.  

정욱조 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우리에게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이 친(親)노동적 성향이다. 나아가 근로자위원들도 대체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출신으로 채워져 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을 받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을 대변해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용자위원들에 대해선 “중소기업들이 의견을 내는 데에 불편함이 없다”고 했다. 

정 실장은 “이번 최저임금 인상이 소상공인들에게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납품단가 문제 해결이 먼저”라고 했다. 4월 504개 중소기업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57.7%의 중소기업은 “제조원가가 올랐다”고 답했지만, 17.1%의 중소기업만이 “납품담가를 인상받았다”고 답했다. 심지어 12.1%는 “납품단가를 부당하게 인하당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부 측은 “4월 5일 ‘납품단가 현실화 방안’을 발표했고 7월 17일부터는 ‘납품단가 조정협의제도’를 개선해 시행 중”이라고 말한다.  

정 실장은 “일자리를 늘리라고 요구하는데, 영업이 잘되면 자연스레 사람을 뽑을 것이다. 케이블카, 드론 등에서의 규제 혁파가 필요하다”고 했다.


“형사처벌 감수”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 인상 불복종운동의 일환으로 표준근로계약서를 배포하기로 했다. 노사 자율로 합의한 임금일지라도 법정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 지불은 불법일 수 있다. 그러나 연합회는 “형사처벌 감수”라는 결연한 의지로 표준근로계약서를 보급할 방침이다.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 13명은 7월 27일 최저임금을 사업종류별로 차등 적용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최저임금법 제4조 1항은 ‘(최저임금은)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해 차등 적용의 길을 열어두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종업원 1인당 영업이익과 부가가치 등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신동아 2018년 9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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