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自畵像) >

2023. 1. 30. 12:06

알 수 없는 깊은 샘 어느 곳에서 나와

넘쳐 흐르는 나의 눈물은

이 밤을 적시는

누구의 아픈 가슴이기에

이리도 가슴 저미는 것일까요

 

나뭇잎 바셔지는 바람결에

뿌리채 뽑혀 흔들리는

나의 머리칼은

어느 황량한 들판을 가고파

이리도 몸부림치는 것일까요

 

심장의 폭포에서 시원하여

온몸을 적시는 강물로 흐르는

나의 푸른 핏물은

이 방황의 벼랑에 선 나의 실핏줄에

무엇으로 흐르는 것일까요

 

마지막 호흡까지로도

최후의 맥박까지로도

가득 채우지 못할

내 생명의 잔은

누구의 슬픈 사랑을 위해

이리도 텅 비워지기 만할까요

 

생의 어느 모퉁이에서도

한 잔의 작은 술잔에서도

심야를 채우는 붉은 오열에서도

결국에는 허허로이 돌아서는 나의 뒷모습은

누구와의 또다른 이별을 맞는

떨리는 마음입니까

 

아무 소리도 없는

적요한 어둠 속에서도

미치도록 치닫는 나의 두 귀는

누구의 가녀린 목소리를 기리기에

이리도 헛될까요

 

수많은 사람들의 지껄임에서도

화사한 꽃판의 웃음에서도

가슴속에 스며드는 엷은 미소에서도

마침내

소리 없이 흐르는 눈물의 강은

잿빛의 어느 입장이기에

이리도 무겁습니까  

        -김홍섭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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