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병(待機兵) 막사(幕舍)에서>
2023. 1. 30. 12:11ㆍ시
영하의 겨울에도 추위를 잊은
대기병의 허름한 옷깃으로
햇살이 비친다
어머니와 고향을
애인과 친지를 두고
전방의 타지에서 멀리서만
남쪽을 본다
사랑과 이별의 영욕의
세월을 먼 옛날로 두고
이제는 춥고 외로운
쫄다구 이등병
눈과 귀는 따스한 고향을 그리며
사유(思惟)와 이유(理由)가 없는 조직 속에서
상상(想像)의 파랑새는 날지 못한다
눈보라 속에도 마음은
봄 사월의 흐드러진 진달래를 보며
분단된 철책 앞에
민족의 얼어붙은 상흔을 본다
간다 간다 포병학교
간다 간다 1368
간다 간다 6707
너는 남으로 나는 북으로
앞에는 먹구름과 눈보라만 있을지라도
간다 간다 육군 이병
자대(自隊)를 간다
저속한 노래도 풍요한 사유도
모두 우리는 푸른 옷
피끓는 젊음은 조국에 바쳐
불타는 이상은 민족에 심어
너는 빠다먹는 카츄샤
나는 좆뺑이치는 일빵빵
새월의 흐름을 기다리며
간다 간다
육군이병 자대(自隊)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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