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황혼에> 김홍섭 시인

2024. 7. 1. 18:09

<겨울 황혼에>

 

벗은 나무가지에 걸린 까치집위로

어둠이 온다

 

붉은 칼로 산이 하늘을 가르면

어둠은 산을 앞세우고 길을 떠난다

 

산골에 나즈막히 안개가 끼고

조찰한 농가에 불이 켜진다

 

어둠은 말갛게 내 육신을 씻으며

내 육신은 하나씩

벗은 나무가 된다

 

마침내 앙상히 드러난

몸뚱아리를 뒤흔들며 파닥이는

내 영혼의 푸른 날개

 

어디쯤에선가 산새가 울면

무거운 짐으로 누운 산에

별이 내린다

 

아무리 걸어도 제자리에 돌아온

내 청춘의 검은 산은

오늘도 무겁게 하늘 끝에 눕고

 

나는 오늘도 무겁게 황혼을 보며

두 눈을 부라린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험장  (0) 2024.07.01
석양  (0) 2024.07.01
<대기병(待機兵) 막사(幕舍)에서>  (1) 2023.01.30
<입영전야> 김홍섭 시인  (0) 2023.01.30
<자화상(自畵像) >  (0) 2023.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