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세, 결코 조선일보에 패소하지 않았다”

2006. 8. 31. 20:33정치와 사회

포청천 “조아세, 결코 조선일보에 패소하지 않았다”
전 조아세 대표 “검찰, <조선>의 친일문제 사실상 인정”
입력 :2006-08-31 10:52:00   백만석 (wildpioneer@dailyseop.com)기자
▲ 30일 오후 여의도 렉싱턴 호텔 앞에서 만난 임현구 전 조아세 대표. 벌금 500만원이라는 패소의 결과를 안게 된 그였지만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았다고 말했다. ⓒ2006 데일리서프라이즈 백만석 기자 

“본지 비방 ‘조아세’ 유죄 확정” (조선일보 8월26일 사회 A8면 기사제목)

“검찰이 조선일보 친일혐의에 대한 부분을 기소하지 않고 항소심에서 조아세의 주장이 ‘이유있다’고 판결한 것은 굉장히 의미있는 일이다.”(임현구 전 조아세 대표)


한 쪽은 자신들이 이겼다고 말하고 있고 다른 한 쪽은 졌지만 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조선일보는 지난 26일 발행된 신문 사회 A8면에 ‘본지 비방 조아세 유죄 확정’이란 제목의 짧은 기사를 싣고 “허위 사실로 조선일보를 비방하는 유인물을 대량 배포했던 ‘조선일보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시민모임’(조아세) 회원들에게 유죄가 확정됐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조아세가 2002년 8월에서 10월 사이 허위사실이 포함된 조선일보 비방 유인물 100만부를 만들어 명예를 훼손했다고 밝히며 “이들은 유인물에 ‘조선일보사가 1980년 신군부측과 결탁한 대가로 서울 정동 보안사 안가 부지와 건물을 헐값에 넘겨받아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챙겼고, 2002년 월드컵 때 안정환의 골 세리머니에 대해 못 본 체 무시했다’는 등의 허위 사실을 담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데일리서프라이즈가 30일 오후 여의도에서 만난 임현구 전 조아세 대표(필명 ‘포청천’)의 말은 조금 달랐다.

임 전 대표의 말을 따르자면 패소한 건 맞지만 조선일보가 자신들의 승소내용만 짧게 보도할 정도로 간단한 내용이 아니며 오히려 조선일보의 과거 친일행위에 대해 검찰과 법원이 사실상 인정한, 대단히 의미있는 패소라는 것이다.

결과는 패소이지만, 조선일보의 친일행위·권력유착행위에는 의미있는 성과도

“이 사건과 관련해 나는 거의 만 4년 동안 법정다툼을 하면서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부한다. 조선일보가 자사의 창업주 방응모를 친일파로 매도하고 조선일보가 그동안 자행해온 친일행적과 군사독재정권에 기생해 민주인사들을 탄압하며 부를 축적했다는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경찰과 검찰 조사에서 치열하게 다투었다. 그런데 이 부분 모든 혐의가 결국 검찰에 의해 기소되지 않았다는 것은 검찰이 조선일보의 친일문제에 나와 조아세의 주장을 받아들여 사실로 인정한다는 것으로서 우리들로서는 커다란 개가가 아닐 수 없다.”

▲ 임현구 전 조아세 대표 ⓒ2006 데일리서프라이즈 백만석 기자 
조선일보가 2002년 10월16일 처음 임 전 대표와 김학영 조아세 온라인팀장을 고소했을 때는 주요 혐의내용은 조선일보의 친일행적과 군사독재정권의 특혜에 따른 재산 축적 의혹에 대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김학영 팀장은 무혐의 처리됐고 조선일보는 2003년 1월에 다시 조아세 운영위원과 회원, 불특정 네티즌 10여명을 추가로 고소했다.

결과적으로 검찰의 공소장에는 애초 첨예하게 대립했던 조선일보의 친일행위 내용은 빠진 채 안정환 골 세리머니 보도, 보안사 안가 부동산 헐값 매수, 코리아나 호텔 신축시 특혜 등의 내용에 대해 김창수·이경섭 등 조아세신문을 실제 기획하고 만들었던 두 운영위원과 당시 조아세 대표였던 임 전 대표를 기소하는 내용만 들어갔다.

친일문제에 대해 검찰이 공소사실로 넣지 않은 것이 바로 그 부분을 검찰이 사실로 인정했기 때문이라는 게 임 전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경찰이나 검찰에서조차 조사받지도 않았던 생소한 혐의의 내용으로 (공소장이) 가득차 있었다”고 말했다.

이게 바로 임 전 대표가 말하는 첫 번째 의미있는 내용이다. 그가 두 번째로 꼽은 이번 재판의 의미는 바로 대법원 제2부(주심 박일환 대법관)에서 지난 25일 최종확정한 판결문에서 조아세의 주장이 상당부분 이유있음으로 명시됐다는 점이다.

임 전 대표는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항상 자신들이 이긴 것만 보도한다. 다른 것은 다 잘라먹고 결과에 대해서만 얘기한다. 조선일보가 자사신문을 통해 낸 기사의 제목이 ‘본지 비방 조아세 유죄 확정’이었는데 그 내용을 보면 지난 4년간 싸웠던 조선일보의 행태에 대한 여러 부분이 (1심과 달리) 뒤집어진 것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판결문에는 조선일보 IMF 사태 관련 보도행태, 월간조선 창간에 관한 의혹, 코리아나호텔 신축 관련 의혹 등 조아세가 제기한 세 가지 사항에 대해 이유있다고 나와 있다.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기 직전에 외환보유고가 급감하고 있고 증시가 폭락한다는 등의 기사를 게재한 것도 사실이기는 하나 1997년 10월11일자 조선일보에서 ‘한국외환위기 아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고 97년 11월10일자 조선일보 사설에서 ‘외국의 한국경제 때리기’라는 제목으로 외국언론의 한국경제위기론에 대해서 비판하는 내용의 사설을 게재했으며 97년 11월18일자 조선일보에서 ‘한국경제위기 아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한 사실이 인정되는 바··· (중략)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라기보다는 외환위기에 있어서 조선일보사의 책임에 대한 피고인(조아세 측. 편집자 주)들의 의견에 불과하다 할 것이므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IMF 사태 관련 보도 행태 판결문)

월간조선 창간 과정에서 조선일보가 당시 군부의 특혜를 받았다는 조아세의 주장에 대해서 판결문은 1980년 당시 월간중앙이 폐지될 정도로 언론통제가 심한 상황에서 월간조선을 창간했다는 점이 조선일보사의 명예를 훼손할 정도의 구체적 사실 적시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조선일보가 60년대 말 당시 박정희 정권에 협력한 대가로 상업차관을 들여와 코리아나호텔을 신축했다는 조아세의 주장에 대해서도 판결문에서는 “기록에 의하면 조선일보사가 박정희 정권을 옹호한 사실, 당시 국내금리는 26% 수준이었으나 차관은 7~8%에 불과했던 사실이 인정되므로, 차관을 들여올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특혜로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 임현구 전 조아세 대표 ⓒ2006 데일리서프라이즈 백만석 기자 
“조선 때문에 내는 벌금, 내고 싶은 마음 없다”

“결과적으로 패소했다. 만족못한다”라고 말한 임 전 대표는 그러나 “법의 판단은 조선일보가 고소한 협소한 내용을 가지고 하는 것이고 우리는 친일행위 등 광의적인 것을 얘기하고 있다. 2심 판결을 1년 이상 끌었던 재판부의 판단도 어느 정도 고심이 컸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지만 500만원 벌금 확정 판결을 받은 임 전 대표의 고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조선일보가 고소한 것 때문에 돈 내기 싫다”는, 조금은 융통성없어 보이는 이유 때문이다.

그는 처음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을 때도 “벌금을 내지 않고 일당 5만원의 징역살이로 대신하겠다”고 밝힌 적 있다.

전날 벌금문제로 부인과 크게 싸웠다는 임 전 대표는 “내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조선이 고소한 걸로 돈내기 싫다는 이유로 부인과 많이 다퉜는데 나는 솔직히 그 벌금을 내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다”고 말했다. 임 전 대표가 운영하는 사업체, 꾸려야 할 가정도 있는데 무턱대고 징역을 사는 것을 부인이 반대했다는 것.

“노사모 등 누리꾼들이 모금운동을 한다고 들었다. 그것가지고 벌금을 낸다기보다 누리꾼들이 뭉쳐서 우리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임 전 대표는 말하며 벌금납부문제는 앞으로 회사와 가정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앞으로도 조선일보 반대 활동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가) 요새 작통권 문제와 관련해 매국노질을 하고 있다. 그것에 대해 조아세를 통해 비판하는 내용의 책을 만들어 추석 때 대량으로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힌 임 전 대표는 곧 다른 약속이 있다며 바쁜 발걸음을 돌렸다.

▲ 임현구 전 조아세 대표 ⓒ2006 데일리서프라이즈 백만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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