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 효율적으로 도울 줄 아는 '사회적 기업가' 길러 네트워크로 묶어야"
"공익·영리 추구하며 사회를 변화시켜야"… "청소년 교육과 사회적 기업 연계"
"기업의 사회공헌에 있어 학교나 병원을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회적 기업가를 키우는 겁니다."4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경영대학 LG-포스코관 세미나실. 성긴 머리에 테 없는 안경의 빌 드레이튼(Drayton) 아쇼카재단 회장은 '한국에서 사회적 기업이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이 뭐냐'는 SK 신헌철 사회적기업사업단 단장(SK에너지 부회장)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 ▲ (사진 왼쪽)빌 드레이튼 회장은 “빈민을 돕는 것도 보다 효율적인 방법을 따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것을 따지는 것이 진정한 사업적 기업가의 자세”라고 말했다. (사진 오른쪽)신헌철 단장은 “한국형 사회적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회적 기업가를 키우고 이들을 네트워크로 묶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마이크로크레디트(서민금융)로 유명한 2006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 무하마드 유누스(Yunus)도 아쇼카 펠로를 통해 사회적 기업가의 꿈을 키웠다.
이날 대담은 콘퍼런스 참석차 처음으로 방한한 드레이튼 회장이 한국의 사회적 기업 실태를 듣고 싶어했고, 신 단장은 아쇼카의 성공 노하우 등을 듣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SK그룹은 내년까지 500억원의 기금을 만들어 사회적 기업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신 단장= 한국에서도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초창기라 부족한 부분이 많다. 좋은 방법을 들려달라.
▲드레이튼 회장= 기업이 사회공헌을 할 때 병원을 만들고 학교를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공익과 영리를 동시에 추구하며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사회적 기업가들을 키워야 한다. 우리가 키워내는 아쇼카 펠로들은 절반 이상이 5년 안에 국가적인 변화를 만들어 낸다(아쇼카 펠로는 가난한 이들을 돕기 위한 계획서를 제출한 지원자를 대상으로 5단계에 걸친 엄격한 심사를 거쳐 최종 선발된다. 펠로가 되면 재단으로부터 3년간 모든 활동비 등을 파격적으로 지원받는다).
▲신= 사회적 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대기업이 참여하는 것에 의아해하는 시각도 있다.
▲드레이튼= 인도에서 빈민에게 집을 지어주는 사회적 기업 모델을 소개할까 한다. 이들은 먼저 건설에 관심 있는 대기업과 접촉하고, 빈민의 삶을 꿰뚫고 있는 비영리기관(NPO)들이 구체적인 진행 방법을 모색하고, 전 세계 창의적인 아쇼카 펠로들이 설계 등에서 비용을 가장 아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 그래서 모든 참여자에게 이익이 되는 모델을 만들어낸다. 사회적 기업 생태계를 만드는 데 대기업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사회적 기업은 단순한 자선도, 기업 비즈니스도 아니다.
▲신= SK그룹은 사회적 기업을 하면서 청소년 교육과 연계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교육과 사회적 기업 연결 모델은 어떻게 보는가.
▲드레이튼= 좋은 생각이다. 앞으로 한 국가나 사회의 성공 잣대는 체인지메이커(변화 창출자)의 비중이 얼마나 되느냐에 달려 있다. 사회적 기업가가 바로 변화 창출자다. 아이들을 체인지메이커가 되도록 키우지 못하는 나라는 승자가 될 수 없다. 아이들이 20살이 될 때까지 변화를 만들거나 변화를 만드는 데 참여한 경험이 없다면, 어른이 되어서도 할 수 없다. 아쇼카 펠로 중에서도 500여명이 아동교육에 전념하고 있다.
▲신= 한국의 사회적 기업가를 꿈꾸는 젊은이에게 조언을 한다면.
▲드레이튼= 사회적 기업가는 누구나 될 수 있다. 다만 이 사실을 믿지 않는 것이 문제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