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 한국기업 미쳤다

2015. 5. 19. 07:49물류와 유통


 "그들은 미쳤다, 한국인들"…프랑스인 눈에 비친 한국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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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3.12 09:35|수정 : 2015.03.13 09:35


기사 대표 이미지:[월드리포트] "그들은 미쳤다, 한국인들"…프랑스인 눈에 비친 한국 기업
삼성, 현대, LG…전세계 어디를 가도 거명된 회사의 광고판 하나쯤은 볼 수 있다. 외국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에 보이는 대형 광고판 하나에 애국심이 솟는다는 분도 있다. 잘 나가는 기업 덕분에 국민은 자부심을 덤으로 얻는다. 기업을 대한민국을 알리는 민간 외교관, 홍보대사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게 자랑스런 한국 기업을 비판적으로 다룬 책이 최근 프랑스에서 발간됐다. 책은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그들은 미쳤다. 한국인들” (Ils sont fous, ces Coreens!)이다. 부제는 “효율의 광란에서 보낸 10년”이다. 저자는 올해 59살의 에릭 쉬르데쥬. 그는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년동안 LG전자의 프랑스 법인에서 일했다. 마지막에는 프랑스 법인 대표까지 지냈으니, 한국 기업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는 174쪽에 걸쳐 LG로 직장을 옮기는 과정에서 해고당할 때까지 경험담을 상세히 기록했다. 책에 등장한 몇 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해 본다. 프랑스인 시각에서 본 한국 대기업, 재벌기업의 속살이다.

● “일본인이 말렸다”

나는 LG로 옮기기 전에 일본 기업인 소니와 도시바에서 13년간 일했다. 아시아 기업은 좀 아는 편이다. 일본인들은 내가 한국 기업으로 옮긴다고 하자 한국 사람들과 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말렸다. 한국인들은 군대식이고, 시끄럽고, 세련되지 않았으며, 사람을 통제하려 한다는 말을 했다. 경험해 보니 한국인은 산업적으로는 열려 있지만, 가족, 회사, 사회가 다 어떤 거부할 수 없는 힘에 익숙해져 있었다. 명령과 복종.
 
● “회장님 오신다. 제품 깔아라!”

출근 첫날, 갑자기 서울에서 회사 대표가 프랑스를 방문하겠다는 통보가 왔다. 프랑스 법인은 걱정과 스트레스에 휩싸였다. 프랑스 매장에 자사 제품이 아직 전시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사는 호통을 치며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다. 매장에 연락해서 회장 방문에 맞춰 다른 회사 제품을 치우고 자사 제품을 깔기로 결정했다. 나는 매장과 업무 협의를 했고, 방문 행사는 무사히 끝났다. 그런데, 법인에선 매장에 아무 보답도 하지 않았다. 부랴부랴 제품을 교체할 정도의 부탁이면 사후에 매장에 보너스를 주거나 판촉행사 등 감사 인사를 하는 게 상도의 아닌가 싶었다. 또, 당시 시장 점유율이 낮았는데 회사 대표는 매장에 쫙 깔린 자사제품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했다
 
에릭 쉬르데쥬● “사진 찍은 임원 해고하라”

파리를 방문한 부회장이 고급 호텔에서 현지 임원들과 식사를 했다. 임원들 직급에 따라 엄격히 자리 배치를 했다. 임원들에겐 부회장보다 먼저 앉거나 일어서고, 음식을 먹고, 말을 걸어서는 안 된다고 알려줬다. 식사가 거의 끝날 무렵, 한 임원이 휴대전화를 꺼내 슬쩍 부회장을 촬영했다. 순간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지만, 식사는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문제는 다음날, 사진을 찍은 임원을 당장 해고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충격과 난감.
 
● “일, 일, 일…목표 달성만이 존재 이유”

하루 10시간에서 12시간씩 일했다. 휴식은 구내식당에서 보내는 점심, 저녁 식사시간 40분이 전부였다. 5분간 담배 피우고 또 일했다. 토요일도 일했다. 일요일에는 정보를 교환한다며 골프를 쳤다. 개인의 존재 이유는 회사였고 개인적인 삶은 생각하지 않았다. 회의 시간엔 토론은 거의 없었다. 실적 관련 숫자만 거론됐고 목표 달성이 가장 중요했다. 효율과 결과만 중요시 했다. 한 한국인 직원은 업무 중에 다른 사람에게 의자를 던지기도 했다. 개인의 성격과 감정은 무시됐다.
 
● “영하 12도에서 폭탄주 마시고 또 마시고”

승진 기회가 왔다. 시험을 보라고 한다. 그 동안 해온 일로 평가하면 충분하지, 내 나이 50이 넘었는데 시험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아무튼 법인장이 된 뒤 한국에서 교육을 받았다. 교육을 다 마치고, 한겨울 영하 12도에서 폭탄주를 마시며 파티를 했다. 마시고 또 마시고, 취했다. 이게 기업의 최고 임원들이란 말인가.
 
● “혼나고 두통약 받아”

회사 매출이 줄자 해외 지사장들이 한국으로 호출됐다. 00지역 지사장이 나보다 먼저 회장에게 보고했는데 엄청 혼이 났다. 나도 긴장이 밀려 왔다. 그 때 대기실에 보니 직원 3명이 나와 있었는데 물, 커피, 그리고 ‘두통약’을 준비해 놓고 있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두통약까지 필요했겠는가.
 
LG는 이 책에 나온 사례들이 오래 전 일이고 과장됐다고 밝혔다. 무엇이 어떻게 과장됐는지, 현재는 어떻게 달라졌는지 구체적인 답변은 하지 않았다. 저자를 만나 책을 쓴 이유를 물었더니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한국기업에서의 근무 경험이 서양인 입장에서 직업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일반적인 수준을 뛰어넘는 기상천외한 것이었기 때문에 기록했다는 것이다. 둘째는 수십 년 전 한국의 작은 기업들이 오늘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는 명확한 목표 의식과 놀라운 추진력이 있었다는 점을 프랑스인들에게 알리고 싶었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한국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서 안정적인 성장을 이루려면 현지인, 현지문화와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저자는 현지(인)와 융화하지 않는 한국식 비즈니스 모델은 제품의 혁신이 계속 될 때는 단점이 드러나지 않을 수 있지만, 혁신성이 떨어지는 순간에 문제가 드러난다며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족> 저자에게 한국기업에서 근무할 때 가장 고통스런 기억이 무엇이었냐고 물었더니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저자는 해고 자체가 아니라 송별 파티를 안 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10년을 한국식에 맞춰 일했는데 그냥 나가라고 하니 섭섭하고 억울했다는 것이다. 결국 ‘쫑파티’는 회사 내 프랑스인들이 해줬는데 지금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세상사의 처음이자 끝인 모양이다.


출처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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