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 26. 20:49ㆍ자연과 과학
26일 오전3시47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남동쪽 상용 제트기 전용 비행장인 알 바틴 공항.
캄캄한 밤하늘에 반짝이는 불빛이 나타났다. 505일의 세계일주 대장정을 마치고 종착점이자 시작점이었던 아부다비로 들어오는 태양광 비행기 솔라임펄스2였다. 관제탑의 착륙허가를 받은 솔라임펄스가 18분 뒤 활주로에 내려서자 공항은 흥분에 휩싸였다. 모나코 통제센터에서 지켜보던 기술진들은 일제히 일어나 환호하며 서로 얼싸안았다.
착륙한 비행기를 향해 제일 먼저 달려간 이가 있었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마지막 비행구간인 카이로~아부다비 조종을 맡은 동료 베르트랑 피카르에게 조종간을 넘겨주고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앙드레 보슈베르였다. 조종석 문 옆 작은 구멍으로 피카르가 손을 내밀자 보슈베르가 힘껏 그 손을 맞잡았다. 505일의 여정을 함께 해냈다는 감격이 고스란히 묻은 몸짓이었다.
솔라임펄스2의 세계일주를 재정지원한 UAE는 악대를 준비해 국가를 연주하고 활주로에 커다란 국기를 펼치는 등 성대한 환영행사를 열었다. 술탄 아흐메드 알자베르 UAE 국무장관, 모나코 왕자 알베르 2세, 도리스 로이타르트 스위스 부통령 등 유력인사들도 공항에 나와 솔라임펄스2를 맞이했다.
피카르가 조종석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공항에 몰려든 관중들로부터 박수가 쏟아졌다. “살람 알라이쿰(평화가 당신과 함께).” 피카르는 아랍어로 인사말을 건넨 뒤 “지난 15년동안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며 “석유 한방울 없이 우리는 4만㎞를 날아왔고 이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여러분의 몫”이라고 말했다.
솔라임펄스2는 지난해 3월9일 아부다비를 시작으로 오만, 인도, 중국, 미국 하와이, 뉴욕, 유럽 등 16곳에 기착한 뒤 다시 아부다비로 돌아왔다. 태평양과 대서양을 지나는 약 4만1900㎞의 대장정이었다.
유럽의 모험가 가문 출신의 기업가이자 조종사인 피카르와 베테랑 조종사 보슈베르는 2007년 태양광 비행기 솔라임펄스1을 만들어 첫 야간비행, 첫 대륙횡단 기록을 세웠다. 두 사람은 이어 태양광 에너지로만 세계를 일주하겠다는 야심찬 도전을 위해 솔라임펄스2를 만들었다.
솔라임펄스2의 날개와 몸통에는 1만7248개의 전지가 부착돼 있다. 이 전지는 태양광을 전기로 바꿔 프로펠러 4개를 돌린다. 비행기의 양 날개 폭은 72m로 보잉747보다 4m 정도 길다. 하지만 동체가 탄소섬유로 돼 있어 무게는 승용차 한 대 수준인 2300㎏ 정도에 불과하다.
최대 난관은 가장 긴 7번째 구간이었다. 솔라임펄스2는 지난해 5월30일 중국 난징에서 미국 하와이로 향하는 이 구간의 비행을 시작하자마자 기상악화 때문에 일본 나고야에 긴급 착륙했고 기체를 수리한 후 한 달 뒤에야 이륙할 수 있었다.
그보다 앞서 충칭에서 난징으로 향할 때는 모래바람에 갇혀 3주나 지체됐다. 마지막 비행도 순탄치는 않았다. 피카르는 난기류와 고온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피카르와 보슈베르의 세계일주는 두 사람 뿐 아니라 여러 나라와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이뤄낸 결과다. UAE 정부가 재정을 지원했고 기착지에 있는 여러 나라들은 하늘길을 열어 솔라임펄스2의 이착륙을 도왔다. 또 전문기술진 120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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