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국가 노르웨이, 행복의 조건

2016. 8. 10. 11:39정치와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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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 노르웨이.. 그들이 말하는 '행복의 조건'

김뻡씨의 행복여행 12한국일보 | 한국일보 | 입력 2016.08.09 15:37 | 수정 2016.08.09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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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여행자들은 노르웨이의 꾸미지 않은 자연을 한결같이 첫손에 꼽는다. 스위스의 아기자기한 알프스와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다.

노르웨이 여행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지역 중 하나는 기차를 타고 송네피오르 시발점인 플롬까지 이동하는 구간. 높은 산과 협곡, 강이 어우러진 풍경에 다들 사진 찍기에 분주하다. 가파른 협곡을 돌아가는 열차는 중간중간에 정차해 여행객들에게 사진 찍을 시간을 준다.

송네피오르의 바이킹선
송네피오르의 바이킹선
플롬으로 가는 기차에서 본 풍경
플롬으로 가는 기차에서 본 풍경
플롬행 열차 안의 여행객들
플롬행 열차 안의 여행객들
플롬 풍경
플롬 풍경
송네피오르 크루즈 여행
송네피오르 크루즈 여행

플롬에 도착하면 2시간쯤 크루즈를 타고 본격적으로 송네피오르를 탐방한다. 노르웨이 서해안에서 연결되는 송네피오르는 길이 204㎞, 최대 수심 1,300m로 세계에서 가장 깊은 피오르다. 피오르는 빙하의 침식으로 U자형 협곡을 이룬 지형이다. 배가 지나가는 긴 협곡 주위는 높은 산들이 둘러싸고 있다.

노르웨이 제2의 도시 베르겐은 겨울왕국의 모티브였던 장소로 북해의 상인이 몰려드는 무역 중심지였다. 전성기를 누리던 14~16세기 지어진 목조 건물은 베르겐의 명물이다. 지금은 레스토랑과 기념품 상점이 즐비한 상업지구로 변모했다.

베르겐 중심의 어시장에서는 북해에서 잡은 연어나 새우 등 싱싱하고 다양한 수산물을 파는데 맛이 정말 환상적이다. 도심을 걷다 보면 거리에서 연주하는 올드팝에 맞춰 춤을 추는 아이들도 볼 수 있다. 도시 전체가 마치 동화 속 마을처럼 느껴져 개인적으로 노르웨이에서 가장 좋았던 도시다.

베르겐의 목조건물 식당가
베르겐의 목조건물 식당가
베르겐의 거리악사
베르겐의 거리악사
베르겐 시내 풍경
베르겐 시내 풍경

노르웨이는 산 그리고 강으로 이루어진 천혜의 자연을 자랑한다. 한국에서는 ‘상실의 시대’로 알려진, 현대 젊은이들의 허무감을 표현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청춘 연애소설 ‘노르웨이의 숲’ 도 떠오른다. 행복지수 세계 4위이자 이웃나라인 덴마크와 더불어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이기도 하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여행이 되지 않도록 노르웨이 친구의 집에 신세를 지며 머물렀다.

북유럽여행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느낀 것이 하나 있다. 이곳 사람들은 다른 유럽인들과 달리 길을 걷다가 서로 눈을 마주쳐도 인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구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사람들이 이토록 무표정하다는 게 다소 의아했다. 노르웨이 친구의 어머니 시리(Siri, 52)는 "미국이나 영국 사람들은 새로운 사람과 터놓고 대화를 잘하지만 북유럽 사람들은 그런 소질이 없다"고 말한다.

니콜라스와 그의 어머니 시리
니콜라스와 그의 어머니 시리

IT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니콜라스(Nicholas, 27)에게 노르웨이의 ‘행복비결’을 물었다.

김뻡 : “노르웨이 사람들은 왜 행복한 걸까?”

니콜라스 : “내 생각에는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야.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가족, 친구와 시간을 보내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거지. 나는 미국 마이애미에서도 11년 살았는데 일하는 방식은 이곳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해.”

김뻡 : “효율적이라고?”

니콜라스 : “우리는 각자 자기 업무에 대한 책임과 결정권이 있어. 업무를 상사에게 보고하면서 진행할 필요가 없지. 그리고 미국에선 초과근무가 일에 대한 헌신이자 성과인 양 여기더라고. 하지만 우리는 초과근무는 비효율적이고 시간관리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 우리는 얼마나 버는가를 기준으로 직업을 선택하지 않아. 얼마나 흥미를 느끼는가를 기준으로 직업을 선택해. 어차피 우리는 세금을 많이 내잖아. 그래서 얼마나 연봉이 많은가 보다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되는 거지.”

네덜란드의 사회학자 홉스티드가 떠올랐다. 더 큰 자율성과 권한, 자신의 일과 삶에 대한 통제권을 가질 때 행복도가 높아진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한국은 OECD 34개국 중 노동시간 2위, 일과 삶의 불균형은 3위에 해당한다. 한국인의 노동시간은 연간 2,124시간에 이르러 OECD 국가 중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길다. 게다가 임금 불평등은 전 세계에서 가장 심하다.

김뻡 : "우리나라는 노동시간을 줄이면 소득이 줄어들어. 그리고 경제활동을 통해 창출된 이익은 상대적으로 기업에 더 많이 분배되는 편인데 너희 나라 상황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아."

니콜라스 : "그렇지. 우리는 일단 세금을 많이 부과해서 사람들간에 소득격차가 크지 않아. 그리고 교육, 주거, 노후생활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잘 갖춰져 있어 적정한 노동시간을 유지할 수 있지.”

김뻡 : "아! 하나 더 궁금한 게 있어. 노르웨이에서는 장거리 버스를 탈 때 4시간이 지나면 기사가 바뀐다고 하던데 사실이야? 최근 우리나라에선 대형버스 운전사의 졸음운전 때문에 큰 사고가 났거든."

니콜라스 : "맞아, 우리나라는 그런 식으로 운전과 알코올 취급에는 특히 엄격해. 알코올과 운전은 다른 사람의 생명에까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야"

니콜라스의 이야기를 정리해보면 이렇다. 효율성을 위해선 회사가 임직원에게 업무 외적인 삶이 존재함을 인정해야 한다. 정해진 일과를 마친 뒤 개인의 삶으로 돌아가 자신만의 자유를 누리게 해주어야 하며 그게 결국 회사의 생산성에 도움이 된다. 또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사회안전망에서 온다. 실직해도 전에 받던 연봉의 상당 부분이 보장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을 기회를 갖는다.

[배움 11] 행복은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것이다

평등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알렉산더
평등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알렉산더

알렉산더(Alexander, 28)는 IT회사 기술자로 근무하다 퇴사 후 구직 중이다.

김뻡 : "노르웨이 사람들은 행복을 위해 뭘 중요하게 생각해?"

알렉산더 : "평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 우리나라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소중하다고 생각해. 평등은 정말 중요해. 사람들은 자기가 더 가지는 것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사실 내가 더 가지면 누군가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되어있거든. 나는 가끔 성처럼 세워진 집들을 보면 나는 화가 나. 결국 더 가진다는 건 본질적으로 남에게 고통을 떠넘기는 거라 생각하거든. 그래서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불평등하지만 가능한 한 평등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

알렉산더는 회사를 그만두고 이직을 준비 중이지만 국가에서 대부분의 수입을 보전해주기 때문에 경제적 타격이 크지 않다. 따라서 쉽게 이직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도 이직을 줄이기 위해 사원들에게 우호적인 정책을 마련한다.

[배움 12] 행복은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이다

호텔매니저로 일하며 제2의 인생을 준비중인 시리(Siri, 52)에게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이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저는 제 꿈을 실현할 자금을 모으기 위해 은퇴 후 작은 호텔의 매니저로 일하고 있죠. 은퇴 후에도 새로운 꿈을 가지고 즐겁게 삶을 누리세요. 아! 그리고 젊은 친구들을 사귀는 법을 배우세요. 그러면 한층 더 열정적이고 즐겁게 살 수 있어요. 그리고 돈보다는 열정을 좇으세요. 돈은 비교의 수단일 뿐 행복 자체를 크게 해주지는 않아요.”

열정이라는 단어를 수 차례 강조하며 자신의 꿈을 얘기할 때마다 함박웃음을 짓는 그녀의 표정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배움 13] 행복과 열정에 있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행복여행가 김뻡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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