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명왕성

2006. 8. 25. 09:04자연과 과학

굿바이, 명왕성
국제천문연맹, 행성 지위 박탈 결정
케레스·카론·제나와 함께 왜행성으로
한겨레 박민희 기자 김정수 기자
‘명왕성이여, 안녕!’

명왕성이 태양계 행성의 지위를 잃고 ‘왜행성’(dwarf planet)으로 강등됐다. 국제천문연맹(IAU)은 24일 체코 프라하에서 표결을 통해 명왕성의 행성 자격을 박탈하는 내용의 행성에 대한 정의를 통과시켰다. 태양계 행성은 기존의 9개에서 명왕성을 뺀 8개로 줄어들게 됐다.

세계 75개국 2500명의 천문학자가 참석해 지난 16일부터 열린 국제천문연맹 총회에서 ‘행성을 어떻게 정의하느냐’는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였다.

국제천문연맹 산하 행성정의위원회는 지난주 수성·금성·지구·화성·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을 ‘행성’으로, 명왕성과 2003UB313(제나), 케레스, 카론을 ‘명왕성형 행성’으로 구분해 행성을 12개로 늘리자는 안을 내놓아 주목을 받았다.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지름 500마일(804㎞) 이상, 지구 질량의 12000분의 1 이상으로 정역학적으로 구형을 유지할 만한 자체 중력을 가지고 있는 천체가 당시 마련된 행성의 기준이었다.

그러나, 기준이 너무 모호해 수많은 천체가 해당될 것이라는 반론이 나오자 행성정의위원회는 이번주 내내 여러번의 공개토의와 수정을 거쳐 23일 새 기준안을 내놨다. 애초의 조건들에 ‘공전 구역 안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해야한다’는 새 기준을 추가했다. 이 결정적인 기준에 따라 해왕성과 궤도 일부가 겹치고 제나 등 비슷한 규모의 천체와도 가까운 명왕성은 행성 자격을 잃었다. 행성정의위원회의 오언 깅거릭 위원장(하버드대 교수)은 23일 <뉴욕타임스>에 “새 기준에 따르면 명왕성은 행성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행성 후보였던 케레스, 카론, 제나와 명왕성은 왜행성으로 구분되게 됐다.

새 기준에서 태양계는 행성 8개와 명왕성·제나 등 왜행성, 혜성과 소행성 같은 수천개의 ‘태양계 소형 천체들’의 3등급으로 구분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1930년 발견된 명왕성은 천문학계의 오랜 ‘난제’였다. 태양계 외곽에서 태양 궤도를 도는 얼음 천체들의 집단인 카이퍼벨트 안에 있는 명왕성은 지름 2306㎞(달 지름의 3분의 2)로 크기가 다른 행성에 비해 너무 작다. 황도면에 가깝게 원형 궤도로 공전하는 다른 행성들과 달리 명왕성은 궤도면과 황도면의 경사각이 17도로 심하게 기울어 있고 타원에 가까운 불규칙한 공전 궤도를 그리기 때문에 행성 자격이 없다는 주장이 계속 나왔다.

특히, 2003년 같은 카이퍼벨트 안에서 지름 3000㎞로 명왕성보다 큰 제나를 발견한 캘리포니아공대의 마이클 브라운 교수가 “명왕성이 행성이라면 제나도 행성으로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새로운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번에 왜행성으로 분류된 케레스도 1800년대에는 행성으로 알려졌다가 퇴출됐다.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원장은 “국내 천문학계는 국제천문연맹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 명왕성이 퇴출되면 교과서 내용을 바꾸는 등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희 김정수 기자 mingg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