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이사가르 북벽 한국 초등 성공
2006. 9. 10. 07:56ㆍ건강과 여행
서울산악조난구조대, 탈레이사가르 북벽 한국 초등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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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산악조난구조대(대장 김남일)가 파견한 2006 한국 네파 탈레이사가르, 조긴원정대(단장 김형섭, 대장 박희영)의 구은수 부대장과 유상범 대원이 9일(이하 현지시간) 탈레이사가르 북벽을 통해 정상에 섰다. 탈레이사가르 북벽 등정은 세계에서 3번째, 한국인으로서는 처음 거둔 쾌거다.
해발 6700m에서 침낭에 의지해 비박을 한 구은수 부대장과 유상범 대원은 9일 새벽 4시 등반을 시작했다. 오전 11시께 이번 등반의 최대 고비라고 할 수 있는 정상부 바로 아래 블랙피라미드 지대를 통과한 뒤 오후 1시 17분 마침내 정상에 서는 데 성공했다. 지난 6일부터 정상을 목표로 등반에 나서 3일 밤을 침낭 하나로 버텨내며 끈질기게 정상을 노크한 결과였다.
탈레이사가르 북벽은 그 동안 한국 산악인들에겐 난공불락의 요새로 통했다. 1993년부터 도전을 시작했지만 그 동안 등반을 시도했던 10개 팀이 모두 정상을 밟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특히 1998년에는 블랙피라미드 구간을 통과하고 마지막 정상으로 이어지는 설면까지 진출했던 한국 산악인 3명이 목숨을 잃는 아픔까지 겪기도 했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탈레이사가르 북벽 등반은 어려운 일로 꼽힌다. 1997년 호주-뉴질랜드 합동팀이 처음으로 북벽에 올랐고 1999년 러시아팀에 의해 재등되었을 뿐이다. 해마다 빠지지 않고 탈레이사가르를 찾는 팀이 한두 팀 이상 되지만 모두 북벽을 완등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정상 근처까지 갔다고 해도 블랙피라미드 아래에서 하산하거나 우측 서릉으로 우회해서 정상에 올랐을 뿐이다.
하지만 이번 한국네파 탈레이사가르 조긴원정대의 북벽 등정 성공으로 한국 산악계는 숙원을 풀어냈을 뿐 아니라 산악 강국으로서 위상을 다시 한 번 세계에 과시할 수 있게 되었다.
등정에 성공한 구은수 부대장(36)은 충북 제천 태생으로 브로드피크(2002년), 에베레스트(2003년)정상에 섰고 지난 7월 낭가파르밧 등정에도 성공한 산악계의 새로운 기대주다. 7월 낭가파르밧 등정을 마친 뒤 곧바로 파키스탄에서 인도로 날아왔다.
누구보다도 좋은 컨디션을 보였던 구은수 부대장은 8월 14일 조긴 3봉(6200m) 정상에 서는 데 성공했다. 당시에는 조긴 1봉으로 알고 출발했고 우측에 또 하나의 봉우리가 있어 전위봉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인
인도산악연맹(IMF)에서 발행하는 연감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구은수 부대장이 오른 산은 조긴 1봉 전위봉이 아니라 조긴 3봉임이 확실하다. 구은수 부대장으로서는 조긴 3봉에 이어 이번 탈레이사가르 북벽 등정까지 성공함으로써 이번 시즌에 3개의 히말라야 거봉과 거벽을 모두 발아래에 두는 기염을 토하게 됐다.
구은수 부대장과 자일파티를 이뤘던 유상범 대원(29)은 이번 탈레이사가르 원정이 첫 해외 등반이다. 2003년 한국등산학교 정규반, 암벽반을 수료한 뒤 2005년 서울산악조난구조대 대원으로 발탁됐다. 등반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산에 대한 열정과 탁월한 기술을 인정 받아 이번에 원정대원으로도 선발됐고 첫 원정길에서 큰 일을 해냈다.
두 대원은 9일 오후 ABC로 무사히 철수했고 등반에 참여했던 나머지 대원들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하산 준비를 시작하고 있다.
지난 7월 25일 서울을 출발한 대원들은 8월 14일 조긴 3봉, 8월 17일 조긴 1봉을 등정했고 9월 9일 탈레이사가르 북벽마저 올라 당초 목표를 모두 달성했다. 특히 9월 3일까지 매일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는 악천후였고 탈레이사가르 북벽 등반의 결정적 고비였던 8월 27일 이후에는 폭설로 인해 8일 동안 고도를 1m도 높이지 못한 채 대원 전원이 ABC이하로 철수해야 하는 일까지 겪었지만 이를 극복해 냈다.
서울산악조난구조대는 그 동안 무크트파르밧(1998년), 아비가민(2000년), 브리구판스(2002년) 등 인도 가르왈히말라야의 주요 봉우리들을 모두 등정하는 데 성공한 데 이어 이번에 탈레이사가르 북벽까지 등정하는 성과를 거뒀다.
정상에 오른 구은수 부대장은 “그 동안 각자 맡은 일을 열심히 해준 동료 대원들이 무엇보다도 고맙다”며 “끝까지 안전하게 하산하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남겼다. 이번 원정대를 이끈 김형섭 단장은 “대원들의 안전이 무엇보다도 염려스러웠는데 전원이 사고 없이 등반을 마치게 되는 전통을 유지할 수 있어 무엇보다도 기쁘다”며 “우리 서울산악조난구조대 대원들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정상에 오를 수 있다고 믿었다”고 밝혔다.
nanga@osen.co.kr
<사진> 한국산악인들이 새 길을 내는 데 성공한 탈레이사가르 북벽. 베이스캠프에서 본 모습이다./ 베이스 캠프에서 동료 대원들과 장기를 두고 있는 구은수 부대장(우측)과 옆에서 응원을 보내던 유상범 대원의 모습. 둘은 찰떡궁합을 과시하며 한국 초등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원정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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