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에

2024. 7. 1. 18:23

 

<봄날에>

 

햇살이 땅을 표백하듯이

내리는 날

나는 한 마리

하얀 나비였지

 

나는 훨훨 날아오르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지

 

하늘에는 가득 기쁨으로 차 있었고

어디선가 신화처럼

사자가 풀을 먹고 있었지

 

나는

내가 살아 온 과거를 훨훨 날라서

어느 황금빛 대지 위에

뛰어 놀았지

 

미래는 바람으로 와

내 머리곁에 스치고

들판의 햇살은 넘쳐흘렀지

 

아아

그 때 나는 스러졌지

님의 나풀거리는

옷자락을 잡으러 뛰어가다가

 

자꾸만 멀어지는

님을 뒤쫓아

나는 거푸 쓰러지며 달려갔지

 

꽃잎만

꽃잎만 이마에 쏟아지며

쥐어짜면 흘러내릴 듯

햇살에 젖어

햇살에 젖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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