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부는 날

2024. 7. 1. 18:25

<바람 부는 날>

 

더러는 바람이고져

작은 냉이꽃에

벗은 나무에

수천의 입술로 반짝이는

잎새에 소살데는

허무이고져

 

나를 떠나 돌아가는

그대의 옷자락에 파고드는

애무이고져

돌담 옆에 스치는 햇살이고져

 

내 머리털의 마지막

한 올까지라도 모아 빚은 비단으로

그대의 알몸을 감싸주고

내 입술의 마지막 술잔까지라도

그대의 가녀린 손끝에 적셔주고저

 

더러는 강물이고져

그대의 핏속에 흐르는 물길 따라

한없이 헤엄치는 작은 시내

작은 강물이고져

 

닿는 곳 어디라도 따라가며

쉬는 때 언제라도 쫓아가는

한 숨의 바람이고져

바람이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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