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의 여름
2024. 7. 1. 18:30ㆍ시
<병사(兵土)의 여름>
땅을 표백하듯이 햇살이 내리는
대지를 달리고 싶다
피 끊는 정념을 불태우고
파도에 알몸을 묻고 싶다
내 어린 옛날의 동구밖 길을 돌아오던 들녘에
흥건히 여름이 피어오르고
내 고무신 가득히
올챙이는 뛰어 놀았지
날고 싶다
하늘 저편 자유의 언덕까지
내 머리털을 바람에 흩날리며
산 정상에 올라 외치고 싶다
너 젊음아
너 사랑아
너 조국아
이 뙤약볕에 검붉은 얼굴로
조국을 지키며 땀흘리노니
지금은 저 들녁에 선
잡초여도 좋아라
내가 깊이 침잠함을 두려워 않는 것은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지
우리 모두가 알기 때문이리
목이 터지게 불러보는 이름
너 자유야
너 사랑아
너 젊음아
타는 태양을 응시하며
오늘도 내 젊음을 불사르노니
나의 열기
너의 충정이
저 태양보다도 뜨겁지 아니하냐
발목이 저리도록 달리고픈
나의 산하
나의 대지야
나는 오늘도 저 상처입은
고목의 이름으로 산화한
남들의 외침을 듣노니
자유를 위해 자유를 희생한
사랑을 위해 사랑을 아낀
젊음을 위해 젊음을 바친
님들의 거센 함성이
여름 산에 울리노니
나의 단 한 사발의 땀이
나의 단 한 방울의 피가
저 뜨거운 한 여름의 대기보다
더 뜨겁지 아니하냐
다 찢겨진 깃발에 쓰인
자유의 이름 하나로
나는 내 어린시절을 회상하노니
다시 찬연히 펄럭일 평화의 깃발아래
나의 미래가 있을지니
너의 마지막 호흡까지
나의 마지막 맥박까지
부를 이름
너 자유야
너 젊음아
너 조국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