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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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영전야> 김홍섭 시인
그래 이제 떠날 시간이다 우리의 젊음의 시간들을 뒤로하고 또 다른 젊음을 향해 떠나야할 시간이다 다가오는 저 열차의 기적 소리에 우리의 젊음이 한 단계 뛰어 오르는 것을 보느냐 벗이여 두 손을 잡으며 놓지 못하는 우리의 우정을 쓸어 담으며 그리운 얼굴들, 다시 보고플 시간들 흔들리는 잎새 사이에 어리는 어머니 기적 소리 이것이 끝이 아니라 더 큰 시작이라 하노니 껍질이 깨지는 아픔이더냐 날기 위해 더 높이 날기 위해 꽃피우기 위해, 열매 맺기 위해 연병장 나팔소리 기상소리, 취침 나팔소리 내 인생의 가장 순수한 시간들 낙엽들, 이등병의 편지 한 장
2023.01.30 -
<자화상(自畵像) >
알 수 없는 깊은 샘 어느 곳에서 나와 넘쳐 흐르는 나의 눈물은 이 밤을 적시는 누구의 아픈 가슴이기에 이리도 가슴 저미는 것일까요 나뭇잎 바셔지는 바람결에 뿌리채 뽑혀 흔들리는 나의 머리칼은 어느 황량한 들판을 가고파 이리도 몸부림치는 것일까요 심장의 폭포에서 시원하여 온몸을 적시는 강물로 흐르는 나의 푸른 핏물은 이 방황의 벼랑에 선 나의 실핏줄에 무엇으로 흐르는 것일까요 마지막 호흡까지로도 최후의 맥박까지로도 가득 채우지 못할 내 생명의 잔은 누구의 슬픈 사랑을 위해 이리도 텅 비워지기 만할까요 생의 어느 모퉁이에서도 한 잔의 작은 술잔에서도 심야를 채우는 붉은 오열에서도 결국에는 허허로이 돌아서는 나의 뒷모습은 누구와의 또다른 이별을 맞는 떨리는 마음입니까 아무 소리도 없는 적요한 어둠 속에서도 ..
2023.01.30 -
<가을 바람> 김홍섭 시인
바람이 분다 가을 바람이 분다 바다 끝에서 바다 끝으로 하늘 끝에서 하늘 끝으로 가을 바람이 불고 있다 가을 바람이 피부를 파고든다 한없이 패이는 나의 살갗 나의 팔 나의 심장 나뭇잎을 흔들면서 낙엽을 흔들면서 바람이 부고 있다 지칠 줄 모르고 흩날리는 나의 머리칼은 어디를 향해 이토록 나부끼는 것일까 나의 옷까지 나의 팔까지 나의 목까지 날려보내는 바람 가을 바람 어디에도 도착하지 못하는 영원한 방황이여 어디에도 짐풀지 못하는 영원한 도정(途程)이여 사하라에서 아라비아까지 창세기에서 계시록까지 사막을 가로질러 비단길을 대양을 넘어 희망봉을 바람이 분다 가을 바람이 불고 있다 내 영혼의 뿌리까지 뒤흔드는 돌풍 내 마음의 화산(火山)까지 잠재우는 선율(旋律) 속삭임 울음소리 가녀린 여인의 곡소리 흰옷 입고..
2023.01.30 -
<生命의 詩> 김홍섭 시인
풀을 자른다 나무를 자른다 돌을 깎는다 젊음을 깎는다 시간을 자른다 한없이 잘리워진 나의 팔 나의 다리 나의 머리칼 깊숙이 스며드는 통증 속으로 난도질당한 나의 육신 뽑히는 나의 머리칼 붉어지는 나의 살갗 풀이 쌓인다 나무가 쌓인다 돌이 쌓인다 팔이 쌓인다 젊음이 쌓인다 시간이 쌓인다 풀이 썩는다 나무가 썩는다 돌이 썩는다 팔이 썩는다 젊음이 썩는다 시간이 썩는다 풀잎 위에 나무 위에 돌 위에 팔 위에 머리칼 위에 젊음 위에 시간 위에 햇살이 쌓인다 폐허 위에 가을이 덮힌다 바람만 불어오는 거친 황야를 숨을 헐떡이며 달려온 너의 젊음 위에 만상이 잠든 고요를 작은 울음 하나로 밤을 지키는 풀벌레의 울음으로 채워온 나의 시간 위에 햇살이 내린다 햇살이 쌓인다 난자된 想念의 焦土위에 들꽃이 핀다 이제 어디서..
2023.01.30 -
<전등사에서>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2023.01.30 -
<의사(醫師) 지바고> 김홍섭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2023.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