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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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소에서
훈련소에서> 잿빛으로 누르는 하늘위로가을이 흐른다내 잊혀진 옛날이 퇴색한 채바람에 구르면어디 머언 곳으로 스러져가는한 숨의 바람이 숨쉰다. 누추한 외투를 걸치고보헴이 구름으로 흐르며내 뼈 속에 잠긴 누런 전설이 되살아난다 나이도 직위도 머리칼로 잘라내고감상도 사치이고사랑도 허위인 채낙엽처럼 울고 지낸 나날들오늘은 훈련소에서 땀을 흘린다
2024.07.01 -
<잿빛 겨울 황혼>
잿빛 겨울 황혼> 김홍섭 마른 나무가지에 바람이 머문다모두 떠난 벌판에내 홀로 서 있음은어느 수인의 쾡한 눈이기에이다지도 허망한가 내가 세상 끝에 있을 때그대는 한아름의 로드리고(Rodrigo)를안고 왔다 내가 눈물로 머리털을 적실 때그대는 융단이 되어나를 감싼다 겨울이 익어가면 봄을 낳듯그대는 익어갈수록슬픔을 낳는 아이였다 얼어붙은 산천에 어쩌면 그대는따스한 봄비로 내게 오는가 새벽별이 떨어지는 겨울밤에우리가 서로를 안고 있음은어느 전설의 한 모퉁이기에이리도 쓸쓸할까 기침을 콜록이며 스카프를 안고겨울 밤은 깊어만 간다.
2024.07.01 -
시험장
시험장> 김홍섭 책상에 펼쳐진 문제와 답안지에 시선이 머문다 살아온 시간과내가 바쳐온 젊음과 땀과 눈물을 여기에 쏟아야 한다 긴 방황의 시간불면의 밤과 새벽을내 인생의 흰 백지위에그려야 한다 얼마였을까외로움에 치떨리던 시간 언제였을까그리움에 가위눌린 내 좁은 공간의 닫힌 문 내 삶의 문제에는 항상 답안지가 곁에 있으리니기다림은 늘 그대의 뽀얀 볼에 빛나는 장미이려니진한 눈물에 늘 붉은 능금의 결실이리니 문제와 백지에 오가는 빛나는 눈동자 흰 백지의 가득한 공허위에충일한 답안을 채우리니시간의 연필이 굴러가며내 문제의 하루 저녁 해가 넘어간다
2024.07.01 -
석양
김홍섭 슬픔은 기쁨보다 힘세다 우리의 해질녁붉은 노을은 아침 여명보다 아름다우니 더 허허롭고 더 힘있는 것이니 저 멧새의 날개 짓 더 힘차게 둥지를 향하고 우리의 웃음우리의 눈물우리의 미소우리의 너털웃음 저 처마 밑에 울고 있는 길 잃은 아이의 눈물 더 아름다우니더 쓸쓸하노니 우리의 삶의 어느 구석에오히려 빛나는 저 어두움그 깊은 해원, 노을 빛 웃음
2024.07.01 -
<겨울 황혼에> 김홍섭 시인
겨울 황혼에> 벗은 나무가지에 걸린 까치집위로어둠이 온다 붉은 칼로 산이 하늘을 가르면 어둠은 산을 앞세우고 길을 떠난다 산골에 나즈막히 안개가 끼고조찰한 농가에 불이 켜진다 어둠은 말갛게 내 육신을 씻으며내 육신은 하나씩벗은 나무가 된다 마침내 앙상히 드러난몸뚱아리를 뒤흔들며 파닥이는내 영혼의 푸른 날개 어디쯤에선가 산새가 울면 무거운 짐으로 누운 산에별이 내린다 아무리 걸어도 제자리에 돌아온내 청춘의 검은 산은오늘도 무겁게 하늘 끝에 눕고 나는 오늘도 무겁게 황혼을 보며두 눈을 부라린다
2024.07.01 -
스벵갈리
스벵갈리 기자명 민수아 기자 입력 2016.11.04 18:49 바로가기 복사하기 본문 글씨 줄이기 본문 글씨 키우기 SNS 기사보내기 페이스북(으)로 기사보내기 트위터(으)로 기사보내기 URL복사(으)로 기사보내기 이메일(으)로 기사보내기 다른 공유 찾기 기사스크랩하기 프랑스계 작가 조르주 뒤 모리에의 소설 ‘트릴비’(1895)에 나오는 심령술사 스벵갈리는 다른 사람의 정신을 조종하는 최면술사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프랑스·영국계 작가 조르주 뒤 모리에의 소설 '트릴비'(1895)에서 스벵갈리는 가난한 음치 소녀 트릴비에게 최면을 걸어 디바로 만든다. 스벵갈리가 죽자 트릴비는 노래와 무대에 관한 모든 것을 잊어버린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사설을 통해 한국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강하..
2023.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