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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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고 지고 피고
김홍섭 하늘까지 하얗게 연분홍으로 덮힌꽃 천지 꽃 대궐조용히 걷다가 달리다 달리다가걷고 쉬고 꽃 천지 달려 간다 얼마만의 흥건한 축복인가얼마만의 넘치는 봄의 물결인가청춘의 질풍노도인가 하늘에도 땅에도 들에도 구석에도 사방에 꽃피고낮은 골짜기 마다 물소리 높은 산정마다 함성소리온 거리 휘돌아가는 아이들의 노래소리 봄비 봄비 생명의 봄비 내리고꽃잎들 재우고 잎새들 다시 깨우는 무한히 나뉜 시간은 멈춰있다란 명제 오늘 꽃피고 무한히 나뉜 현존으로나는 오늘 꽃지고 잎나고 열매 맺는 것 오늘 혼곤한 꽃들의 축배봄바람에 흩날리는저 순수의 춤판그 깊은 잠들을 보는가잡을 수 없는 순간을 보는가
2024.08.07 -
<가을 찻집에서>
가을 찻집에서> 창문으로가을의 마지막 햇살이 내리고 있다 지금 한 잔의 찻잔은나에게 어느 사랑보다 강하다 갈급한 내 청각에라흐마니노프(Rachmaninov)의 격정이 흐르고 나는 미쳐 날뛰는한 마리 숫 사슴이 된다 이내 잔잔해진 잔물결로슈베르트(Schubert)가 잠들면 나는 어디 감추었던홍수만큼의 맑은 물을 쏟으며빨갛게 웃고 있다.
2024.07.01 -
< 세차 터널을 통과하며>
세차 터널을 통과하며> 비가 오고 눈도 내리고동굴 속으로기억어린 시절 골목의숨바꼭질 속으로 마법의 손이 흔들리고쏘나기 쏘나기가시내두 가시내두 쏘나기 내리고소년 되어 징검다리 건너던긴 머리 소녀 이슬비와 태풍의 소리와몰려오는 허리케인의 혼돈과 다시 환해진 바다수평선 저 멀리세상의 질주가 욕정의 바다가달린다 질량과 속도의 뉴톤의 법칙을 따라
2024.07.01 -
병사의 여름
병사(兵土)의 여름> 땅을 표백하듯이 햇살이 내리는대지를 달리고 싶다 피 끊는 정념을 불태우고파도에 알몸을 묻고 싶다 내 어린 옛날의 동구밖 길을 돌아오던 들녘에 흥건히 여름이 피어오르고내 고무신 가득히올챙이는 뛰어 놀았지 날고 싶다하늘 저편 자유의 언덕까지내 머리털을 바람에 흩날리며산 정상에 올라 외치고 싶다 너 젊음아너 사랑아너 조국아 이 뙤약볕에 검붉은 얼굴로조국을 지키며 땀흘리노니지금은 저 들녁에 선잡초여도 좋아라 내가 깊이 침잠함을 두려워 않는 것은 인내는 연단을연단은 소망을 이루는지우리 모두가 알기 때문이리 목이 터지게 불러보는 이름너 자유야너 사랑아너 젊음아 타는 태양을 응시하며오늘도 내 젊음을 불사르노니나의 열기너의 충정이저 태양보다도 뜨겁지 아니하냐 발목이 저리도록 달리고픈나의 산하나의 ..
2024.07.01 -
바람부는 날
바람 부는 날> 더러는 바람이고져작은 냉이꽃에벗은 나무에수천의 입술로 반짝이는잎새에 소살데는허무이고져 나를 떠나 돌아가는그대의 옷자락에 파고드는애무이고져돌담 옆에 스치는 햇살이고져 내 머리털의 마지막한 올까지라도 모아 빚은 비단으로그대의 알몸을 감싸주고내 입술의 마지막 술잔까지라도그대의 가녀린 손끝에 적셔주고저 더러는 강물이고져그대의 핏속에 흐르는 물길 따라한없이 헤엄치는 작은 시내작은 강물이고져 닿는 곳 어디라도 따라가며쉬는 때 언제라도 쫓아가는 한 숨의 바람이고져바람이고져
2024.07.01 -
봄날에
봄날에> 햇살이 땅을 표백하듯이내리는 날나는 한 마리하얀 나비였지 나는 훨훨 날아오르고어디론가 가고 있었지 하늘에는 가득 기쁨으로 차 있었고어디선가 신화처럼사자가 풀을 먹고 있었지 나는 내가 살아 온 과거를 훨훨 날라서어느 황금빛 대지 위에뛰어 놀았지 미래는 바람으로 와내 머리곁에 스치고들판의 햇살은 넘쳐흘렀지 아아그 때 나는 스러졌지님의 나풀거리는옷자락을 잡으러 뛰어가다가 자꾸만 멀어지는님을 뒤쫓아나는 거푸 쓰러지며 달려갔지 꽃잎만 꽃잎만 이마에 쏟아지며쥐어짜면 흘러내릴 듯햇살에 젖어햇살에 젖어
2024.07.01